미국의 과학자 킬링 박사는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하와이 고지대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1958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을 시작했다. 이 자료는 최근까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4차 보고서에 기후변화의 과학적 증거로 언급된 이 ‘킬링 곡선"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상승해왔다는 증거이자 기후변화 원인을 규명하는 명백한 과학적인 근거가 됐다.
이런 이산화탄소의 지속적인 관측과 감시가 없었더라면 지구온난화와 전 세계적으로 시시각각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의한 대재앙 앞에 지금도 인류는 혼돈 속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1997년 교도의정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방안인 온실가스감축 이행 대상국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시기술은 기상청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돼 왔다. 특히 1996년 현 충청남도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를 설립하고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를 포함한 주요 온실가스 8종에 대해 관측기술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정확한 고품질 자료를 산출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통계처리기술까지 보유하게 됐다. 또, 선박·항공기·보조관측소 및 위탁관측소를 활용해 입체적 관측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체계적인 온실가스감시 관측망을 구축하고, 선진국 수준의 자료품질과 높은 관측 정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의 이런 노력에도 온실가스 관측망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성과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농도분포를 동시에 관측하고 감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자료의 활용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선진 각국의 과학자들과 기후정책 결정권자들은 온실가스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생성·수송되고 흡수되는지를 알고자 힘을 모았으며 그 바램의 결실이 바로 온실가스 위성감시 프로젝트다.
일본은 2009년 1월 온실가스관측 위성인 ‘이부키’를 H-Ⅱ로켓에 실어 666㎞ 상공에 띄움으로써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온실가스 감시를 하게 됐다. 일본 우주항공청의 GOSAT(Greenhouse Gases Observing Satellite) 프로젝트 성공으로 일본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위성 감시시대를 열고 온실가스 감시분야 국가 간 경쟁에서 독주를 하게 됐다. 일본은 더 나아가 온실가스 감시위성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산림 및 산불 감시, 자연재난 감시 등 기후변화 감시 대상 확대를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온실가스 위성감시는 지역적 온실가스 발생원과 흡수원 감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온실가스의 배출·수송·흡수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앞으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과학적 판단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실천적 결의인 온실가스감축 협상은 해당 국가의 국익과 직결돼 있으므로 온실가스 감시 의무를 남에게 위임해서도 안 되며 반드시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우리도 이제 세계적인 온실가스감시 기술경쟁에 앞서기 위해 온실가스 위성감시 프로그램을 추진해야한다. 온실가스 위성감시 분야는 미래 기술경쟁 중심에 서게 될 것이며 온실가스 위성감시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와 노력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ckpark@km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