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한국은 일본 최대 주행기록 절반 수준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앞서 나갔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분야에서 일본과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전기자동차단체 ‘재팬 EV클럽’은 전기 경차로 무려 1003.184㎞를 무충전 주행하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대회에 참가한 차량은 다이하츠의 경승용차 ‘미라밴’을 개조한 전기차량으로 서킷코스를 27시간 30분 동안 돌아서 한 번 충전으로 1000㎞ 주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클럽은 지난해 11월 도쿄∼오사카 국도 구간에서 무충전으로 555㎞ 주행기록을 세운 데 이어 불과 반 년 만에 주행거리를 두 배 가까이 늘린 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는 산요에서 제작한 원통형 리튬배터리 8320개를 차체 하단과 뒷부분에 꽉 채워넣었다.

 일본 전기차의 잇따른 기록 경신에 국내 전기차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국산 전기차의 주행기록이 일본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국산 전기차의 최장 주행기록은 지난 3월 26일 전자신문이 개최한 제1회 EV에코챌린지에서 일산∼강변 구간 270㎞ 주파로 세워졌다. 당시 그린카클린시티의 전기차 KV1은 대회구간을 왕복하고 공장까지 자력으로 이동해 약 300㎞ 도로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와 모터, 자동차 구동부품도 일본 측이 일부 앞서고 이를 조합해 전기차 성능을 최적화하는 노하우에서 한국기업들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전기차업체들도 일본 전기차의 주행기록에 맞설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김건섭 그린카클린시티 이사는 “전기차 주행거리는 주행속도와 언덕길 유무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며 “일본 전기차는 평평한 서킷에서 일정한 속도(시속 40㎞)로 자동주행을 하면서 얻은 결과라서 국산 전기차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린카클린시티는 오는 8∼9월에 주행거리를 400㎞로 늘린 KV-2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레오모터스도 다음 달 1톤 봉고트럭을 개조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1회 충전으로 350㎞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사장은 “일본 전기차는 장거리 주행 세계기록에 초점을 맞춘 특수모델이라서 실용화를 전제로 한 국산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확실히 앞선다”며 “우리도 기록 경신을 위한 전기차를 개발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