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 부문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변신을 꾀한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아울러 스마트폰, 태블릿PC, 게임 콘솔을 망라한 모바일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새 전략은 이르면 하반기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구글에 이어 MS가 본격 가세하면 모바일 시장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FP는 26일 “MS가 올해 말 로비 바흐 엔터테인먼트앤드디바이스(E&D)사업부 사장을 교체하는 등 모바일 시장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MS E&D는 X박스 등 게임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사업을 관장하는 부문이다. 올 1분기 E&D사업부는 16억7000만달러(약 2조908억원) 매출로 전체 매출의 약 11%를 담당했다.
이 부문을 진두지휘한 바흐 사장은 지난 1988년 MS에 합류해 오피스, X박스, X박스 라이브, 윈도폰, 준HD 등의 출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E&D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제임스 제이 알라드 역시 MS를 떠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의 전략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수장을 전면 교체한 만큼 큰 폭의 ‘인적 대수술’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MS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좌절을 겪으면서 관련 부문 사장을 경질한 것으로 본다. E&D사업부는 X박스360 콘솔과 게임 타이틀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모바일 기기 쪽은 기대 이하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모바일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MS는 ‘플레이어’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1분기 MS 윈도모바일의 점유율이 작년 동기 10.2%에서 6.8%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구글 안드로이드는 1.6%에서 9.6%로 상승했다. 애플 아이폰의 비중도 10.5%에서 15.4%로 높아졌다.
MS는 최근 태블릿PC ‘쿠리어’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모바일 시장 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스마트폰 ‘킨’ 역시 시장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오랜 기간 MS의 파트너였던 HP가 팜을 인수하고 자사 OS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적용할 의도를 밝혀 MS를 더욱 당황케 했다.
이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스티브 발머 CEO가 E&D사업부를 밀착 관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단 E&D사업부에 있는 앤드루 리스와 돈 매트릭 두 임원이 발머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로 개편된다. 사실상 친정 체제다. 시장분석업체인 디렉션스온마이크로소프트의 매트 로소프 애널리스트는 “스티브 발머가 모바일 전략을 더욱 밀도 있게 통제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PC, 게임기, 휴대폰을 연계한 MS의 새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부문에선 애플과 구글에 대항할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다음 달 게임전시회 E3에서 공개할 X박스 계열 동작인식콘솔 ‘프로젝트나탈’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