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열심히 일하지만 업무평가에서는 간신히 낙제점을 면하는 월드상사의 김 과장. 야근을 밥먹듯하는 자신에 비해 설렁설렁 일하면서도 A등급을 받는 후배 박 대리가 부럽기만 하다. 오늘도 직속상사 양 부장에게 한 소리 들은 김 과장. 바람이나 쐴 생각에 최신 기술동향 파악을 핑계 삼아 ‘WIS2010’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요란한 음악에 아름다운 도우미, 북적거리는 참관객들까지 답답한 회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랜만에 사무실을 벗어나니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김 과장이다.
뭐라도 구경해볼 생각에 만만한 휴대폰 부스를 들렀다. 그런데 휴대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LG전자의 ‘옵티머스Q’ 등 최신 스마트폰이 즐비하다. SK텔레콤 부스에서 ‘커넥티드 워크포스’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에서 전자결재, ERP, CRM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옆 부스에서는 각종 휴대단말기를 이용해 집과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PC에 원격 접속하여 작업할 수 있는 알서포트의 ‘리모트뷰 모바일’이 있다.
이들만 모아놓으면 말 그대로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그간 가방에 수십 장의 종이문서를 넣고 다니고, 문제가 생기면 일일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눈길을 돌리니 프로젝터 부스다. 회사에서 자주 써봤던 거라 아는 체하며 둘러보는데 손바닥 만한 상자에서 영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휴대형 미니 프로젝터 ‘SP-H03’다. LED디스플레이에 30안시(ANSI) 밝기여서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일전에 외근 나갔던 박 대리가 즉석 프리젠테이션으로 큰 사업을 수주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디지털이 좋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다른 부스에 들어가니 펜과 종이가 놓여있다. 웬 ‘아날로그’인가 의아해 하며 몇 자 적으니 옆에 있는 노트북과 휴대폰 창에 김 과장이 쓴 내용이 고스란히 옮겨진다. 지클릭스페이스의 ‘첼로’. 고객을 만날 때면 직접 종이에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할 필요가 있는데 그때 유용한 도구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때 SF영화에 나오는 신기한 모양의 안경이 눈에 띄었다. 휴먼라인의 ‘아이스캔’이라는 제품인데 뇌 기능을 활성화하여 집중력을 개선하고, 각종 스트레스·우울증 해소에도 효과가 있단다. 야근을 자주 하는 김 과장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다.
처음엔 어떻게 시간을 때우나 했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회사에 복귀할 시간이다. 평소 같으면 부담스러울 텐데 오늘은 왠지 회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느새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오피스맨의 모습을 떠올리는 김 과장. IT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다음 업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