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방재연구소, 산간계곡 홍수예측시스템 개발
#1 여름 휴가철이 한창이던 1998년 7월31일과 8월1일 지리산 일대 계곡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지리산 계곡을 찾았던 야영객과 지역주민 등 9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7월31일 한밤중에 퍼부은 국지성 집중호우 때문이었다. 하룻밤 새 262㎜가 쏟아진 경남 산청 대원사계곡에서만 23명(실종 1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 사건을 ‘지리산 대참사’라고도 하며, 이 때 처음으로 ‘게릴라성 집중호우’란 표현이 생겨났다.
#2 2008년 7월25일 경북 봉화군의 춘양면 의양1리와 서벽4리 등 산지지역 여러 마을은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마을주민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7월23~26일 봉화군엔 시간당 66㎜, 하루 228㎜에 이르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25일 의양1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주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벽4리에서도 토석류가 마을을 덮쳐 주민 2명이 실종됐다. 춘양면 애당리 참새골에선 길이 끊기면서 서울에서 기도하러 왔던 무속인들이 탄 승합차가 계곡물에 휩쓸려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올 여름도 빈번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한 산간계곡 야영객·행락객의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방방재청 국립방재연구소(소장 정상만) 등이 개발하는 산지 돌발홍수 예측시스템 때문이다.
28일 오전 방재연구소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중인 산지 돌발홍수 예측시스템을 소개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심재현 연구실장은 “올 연말까지 산지 돌발홍수 예측시스템 개발을 마칠 계획”이라며, 이 시스템이 “돌발홍수 위험을 3시간 전에 예측함으로써 국지성 집중호우로부터 산간계곡 주민과 행락객들의 생명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실장 설명에 따르면, 기상연구소는 강우예측기술을, 방재연구소는 홍수 분석 및 예·경보 기술 개발을 맡았다. 이 가운데 방재연구소는 1차적으로 전국에 흩어진 돌발홍수 위험지구를 선정하기 위해 전국을 3654개 지구로 나눈 뒤, 각 지구별로 위험도를 분석해 돌발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위험지구 약 350여개소를 선정했다.
돌발홍수 위험지구는 여름철 계곡을 찾는 행락객 수, 해당지역의 토양 성질과 유역 경사도 등을 검토해 선정했다. 방재연구소는 기술적 분석결과에 현장조사 등을 병행해 올해 말까지 위험지구 300여곳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방재연구소는 예·경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돌발홍수 예·경보 발령기준이 되는 홍수모형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이 기술은 “결국 신뢰할만한 예·경보 정보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심 실장은 설명했다.
심 실장은 “최근 빠르게 확산중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돌발홍수 정보 전달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좀 더 상세하고 시각적인 예·경보 정보를 제공하면, 언제 어디서든 방재관련 공무원 및 담당자들이 손쉽게 관련 정보를 얻고,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예·경보의 정확도를 높인 위 내년쯤엔 일반 국민에게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방재연구소는 위험지구 350여개 지역 중 140개 지구에 대해 시스템을 시범 운영중이며, 내년부터 최종 확정된 300여개 이상의 돌발홍수 위험지구를 대상으로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