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모바일 디바이드시대

법무사 최 모씨(54ㆍ서울 송파구)는 최근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업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온갖 정보를 먼저 알고 점심과 회식 자리를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지만 구입해놓고 활용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인터넷은 빠르게 적응했는데 스마트폰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과 SNS 사용 여부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정보 격차인 `모바일 디바이드(격차)`를 유발하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드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지역별, 연령별, 성별 격차를 말한다.

모바일 디바이드는 특히 10년 전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따라 발생한 정보 격차인 `디지털 디바이드`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평균 인터넷 보급률이 이미 80%를 훌쩍 넘어섰으며 휴대폰도 4800만대를 넘어 1인 1휴대폰 시대를 맞아 디지털 디바이드는 빠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활용으로 정보를 누가 빨리 습득하는가에 따라 경쟁력과 부의 차이가 나타나는 정보 시차(情報時差)가 발생하고 있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사장은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12시간 정보 차이가 아니라 이제는 5분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먼저 알고 뒤에 아는 사람의 차이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년 전 디지털 디바이드가 도농 간 격차, 세대 간 격차를 유발했다면 모바일 디바이드는 도시 내, 연령 내에서도 격차가 나타나는 것도 다르다.

KT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가입자(지난 4월 50만명 기준) 중 서울 거주자는 44.6%를 차지했고 이 중에서도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 거주 비율은 13.1%에 달했다.

모바일은 정보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반 휴대폰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보급에 한계가 있고 한국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와이파이(무선인터넷), 와이브로 등 기본 인프라스트럭처도 훨씬 취약해 모바일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 중 75.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경남, 경북, 호남, 충청은 모두 4.9~8.5%에 불과하다. 모바일 인프라스트럭처 여부가 활용률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바일이 점차 사회에 접촉하는 인터페이스가 되고 있고 무엇보다 거부할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바일 디바이드는 이전의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모바일을 적극 활용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면 오히려 `디지털 디바이드`를 극복하고 지역과 상관없이 앞서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방에 살지만 모바일이라는 거대 트렌드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대추농사를 짓는 신세영 씨(37)는 2개월 전부터 아이폰으로 아침에 짬이 날 때나 밭에서 쉴 때에도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최근엔 트위터에도 입문해 대추를 홍보ㆍ판매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씨는 사이버농민교육에서 강사가 스마트폰 가입을 권유한 걸 놓치지 않았고 연령별, 지역별로 나타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드를 적극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신씨는 "1년 전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매출이 1.5배 정도 늘었는데 아이폰으로 충실하고 재미있게 블로그에 올리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미디어 플래너로 16년간 일하다 최근 지리산으로 귀농한 고영문 씨(46)도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디바이드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다. 그는 매일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려 특산물에 관심을 갖는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자신의 트위터(@jirisan800)에 매일 글을 남기고 `팜파티` 이벤트 등 온라인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연습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80%를 넘어 90%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을 보급하면 정보 시차는 물론 지역 격차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바일 인터넷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스트럭처를 조성해야 하고 학생들이나 저소득층이 갖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최근 디지털 디바이드는 단순히 정보의 접근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빠르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며 "모바일 디바이드는 이제 시작 단계이니만큼 정부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이 깊게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gjack / 최순욱 기자 @wook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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