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에너지 기업, 스마트그리드를 비즈 모델 혁신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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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유틸리티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시급하다. 에너지는 더 적게 팔면서 돈은 더 많이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미터, 에너지관리 솔루션 및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는 스위스 기업 랜디스앤기어(Landis+Gyr)의 안드레아스 움바흐(Andreas Umbach) 회장의 말이다. 얼핏 보면 모순된 것처럼 들리는 움바흐 회장의 주장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전력회사로 대표되는 유틸리티 기업은 이제 물리적 자산(Physical asset) 위주에서 정보자산(Information asset)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변모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전력 소비는 줄이면서도 스마트 가전제품, 스마트 전력량계, 부가가치 서비스 등 예전과는 다른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국내도 올해부터 제주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전력, 통신, 자동차, 가전 등 스마트그리드 유관 기업 168개 업체로 구성된 10개 공모 컨소시엄이 출범, 다양한 신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 진행 중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쳐 총 2395억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실증단지는 2011년 5월까지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후 2년 간 통합운영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제주 실증단지는 크게 스마트플레이스(스마트홈, 스마트빌딩), 스마트트랜스포트(전기차 충전소), 스마트리뉴어블(신재생에너지 출력안정)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 에너지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전력, 통신, 자동차, 가전 등 여러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스마트그리드 관련 정보화 투자 현황=국내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스마트그리드 관련 투자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유수의 유틸리티 기업을 중심으로 지능형계량시스템(AMI)과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관련 투자가 이뤄져 왔다.

 유틸리티 기업은 AMI 지원과 같은 전략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을 추가로 개선하고 고객 니즈를 충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 수요 증대에 대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와 환경 배출량 저감 간의 균형 유지라는 과제까지 더해졌다.

 에너지 효율 목표를 달성하고 스마트그리드 구축 비전을 실현하려면 AMI와 운영 아키텍처를 제대로 설계하고 산업표준을 준수하며 통신 프로토콜을 정립해야 한다. SAP 본사의 경우 여러 유틸리티 고객과 논의한 결과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SAP의 역할은 계량기 데이터를 활용한 유틸리티 비즈니스 프로세스 향상, 나아가 이들 프로세스를 개시하기 위해 AMI 시스템과 백엔드 시스템 간의 양방향 통신 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SAP는 3년 전인 2007년부터 AMI 파트너사 및 9개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과 함께 AMI선도위원회를 구성해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와 같은 선진 기술을 적극 활용해 AMI에 대한 통합을 제품화 하고 있다.

 고객 및 파트너와의 이러한 협업과 공동혁신 활동을 바탕으로 최근 SAP는 유틸리티 산업 솔루션에 대한 확장기능 형태로 AMI통합 기능을 출시한 바 있다. 이 확장기능은 양방향 계량기 데이터 송수신에 대한 시장 표준화를 주도함으로써 AMI 지원에 필요한 유틸리티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틸리티 기업이 스마트그리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의 대다수는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일부는 구체적으로 에너지 사용량과 가격 정보가 제공되었을 때 이를 토대로 최종 소비자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다시 말해 실제 에너지 사용 패턴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최신 기술 분야에 속한다. 여러 관련 기술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도입 중인 기술은 바로 AMI와 지능형계량기(Smart Meter)다. 지난 해 2월 가스와 전력을 공급하는 미국의 유틸리티 기업인 컨슈머스에너지(Consumers Energy)는 지능형계량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효율 개선과 함께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및 관리를 개선하도록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대표 유틸리티 기업 등과 함께 SAP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확산에 대비해 실시간 과금(Billing) 솔루션인 ‘하이딜(Highdeal)’을 적용,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 에너지를 일반 전기요금 청구서에 통합 고지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하지만 당분간 스마트그리드가 확산되더라도 향후 10~15년 동안은 AMI나 스마트그리드 이외의 정규 과금까지 모두 지원하는 과금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물결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갈수록 많은 기업과 가정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여름철 낮 시간과 같이 전력사용 집중으로 에너지 가격이 비싸지는 시간대에는 자체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남는 에너지는 판매하는 방안이 요구되며,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 사용 패턴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다. 또한 유럽연합에서 시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에서는 앞서 소개한 전기차 충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에 대해서도 통합 고지서를 발행하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유틸리티 기업이 전력 공급량을 10% 낮출 수 있다면 생산비를 30%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력회사가 집중 시간대에 가정의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대신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틸리티 기업이 집중 시간대에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도록 허용하는 대가로 최종고객은 항상 좀 더 경제적인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다. 물론 서비스계약을 통해 하루에 한 번에 한해 최고 2시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으며 매년 50회를 넘지 않도록 정한다. 이러한 유연성을 토대로 전력회사는 목표로 한 전력량(MWh) 감축을 위해 몇 가구의 온도를 높여야 하는지 검증하고 실질적인 비용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다.

 랜디스앤기어의 움바흐 회장이 제시한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유틸리티 기업도 외면할 수 없다. 컨슈머스에너지는 가스와 전력 등 에너지 제공뿐 아니라 최종고객이 에너지 생산량과 사용량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구상을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 컴포넌트, 하드웨어 등을 포함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각 가정이 자가발전량과 소비량을 파악,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판매만으로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각 가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델은 더 큰 수익을 약속한다.

 많은 나라가 유틸리티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물론 에너지 효율화 등 스마트그리드가 유틸리티 분야에 밀접한 연관이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당연하다. 현재의 투자 추세로 볼 때 앞으로 4~5년 후에는 미국의 여러 주와 몇몇 유럽 국가의 전체 가구 중 80% 이상이 스마트미터를 설치할 전망이다.

 하지만 스마트미터와 스마트그리드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단순한 유틸리티 정보화 투자로 보기에는 그 파장이 크다. 기업과 가정 사이에 에너지 사용량과 가격 등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이는 중앙통제기능을 갖춘 통신망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신망을 활용해 개인과 기업은 신용카드 거래, 콘텐츠 다운로드, 보안경비 시스템에 대한 가시성 및 제어 능력 강화 등에 나설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도 여러 차례 스마트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외부와의 통신이 가능한 홈네트워크(HAN) 기술이 발전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앙통제가 가능하고 나아가 집 밖에서도 아이폰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홈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망이 바로 스마트미터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그리드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유틸리티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통신 인프라 구축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스마트그리드, 지속가능경영의 한 축으로 봐야=돈만 잘 버는 기업이 번영을 구가하던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규제준수에 그쳐서도 안 된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펼치려면 경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이윤창출의 과정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모두 고려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관리할 항목이 많다. 예로부터 측정할 수 있어야 눈에 보이고, 눈에 보여야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한 눈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가시성의 확보가 급선무다. 스마트홈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한 눈에 파악하고 시간대별 요금을 고려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가시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SAP 본사는 미국 신사옥을 건립하면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플러그인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했다. 아울러 여러 글로벌 선도업체와 공동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이미 스마트그리드 표준 확립과 전기차 인프라, 실시간 과금체계, 스마트미터 관리 등 다각적인 혁신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에 필요한 모든 관리항목과 성과지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가시성을 확보하고 경영전략을 기업활동 전 부문에 걸쳐 실행에 옮기는 능력은 이제 정보통신기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동안 국내외 유수의 기업이 전사적자원관리를 비롯한 정보화 투자를 추진해 왔다. 기업 활동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수록 관리항목은 더욱 늘어나고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지원 시스템도 증가한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에 빠져 정작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지원 정보는 제 때 얻기 힘든 경우가 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비롯한 에너지 효율화, 탄소 배출량 저감, 나아가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려는 기업이라면 가시성 확보가 급선무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다. 유틸리티 기업이라면 스마트그리드 확산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재창출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열린 자세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른 업종의 선도 기업과 공동으로 새롭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유틸리티가 아닌 다른 업종의 기업은 향후에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일조할 뿐 아니라 기업의 에너지 사용을 대폭 효율화 하는 기회로 자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침 데이터 관리를 위한 검침데이터통합동기화(MDUS) 시스템과 AMI을 통해 가시성 확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 및 요율 정보를 확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그리드를 비롯해 신융합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정보기술 환경 변화도 시급하다. 고객이 큰 가치를 느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려면 정보기술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경영 효율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 차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용중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보와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완성하는 플랫폼이 필수다. 스마트그리드 역시 지능형 에너지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통해 미래의 에너지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won.joon.hyoung@sa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