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에 경쟁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 경쟁력을 시급히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사관계 안정을 바탕으로 브랜드 경쟁력 상승과 구조조정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임금협상 내지는 임금ㆍ단체협상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30일 국내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GM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려 들면서 회사 몰락을 가져왔다"며 "현대ㆍ기아차가 GM 실패를 답습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강 성노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부터 향후 1~2년간을 `대전환기`라고 판단하고 임금 인상과 파업 등을 자제한 채 `군살 빼기`를 통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함께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우선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대규모 공장 폐쇄, 감원, 임금 삭감, 딜러망 축소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업체 역시 설비 감축을 최소화하면서 비정규직 중심으로 인원 조정과 함께 임금 동결과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 출연금 삭감, 임금ㆍ복지 삭감, 2015년까지 무분규 등을 담은 구조조정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도요타자동차 노조집행부는 회사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임금 인상(베이스업)을 하지 않고 보너스도 전년 수준인 `임금 5개월분+10만엔(약 130만원)` 요구안을 설정한 상태다.
글로벌 자동차업종 노조 분위기도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각 글로벌 자동차 업체 노조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톨트 후버 독일 금속노조 위원장은 최근 "올해 단체협상 때 임금 인상보다는 경제위기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들에서 최대한 고용 안정을 달성하고 기업 존립을 유지시키는 것이 최우선적인 협상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 볼보자동차도 최근 지리자동차 측 인수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여전히 구조조정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할 때"라며 "특히 노사 관계 안정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들은 국내 완성차 노조원들도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구도에 따라 노사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 현장노동조직인 현장혁신연대는 지난달 조합원 500명을 대상으로 노사 관계와 노조, 현장노동조직을 진단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 321명) 응답자 86.2%가 과거 대립적 노사 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가 필요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7.5%와 6.3%에 그쳤다.
현대차 노사 관계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절반이 넘는 55.1%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고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기아차 현장조직인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도 강경투쟁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기노련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현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임ㆍ단협 상견례를 서두르는 것은 금속노조 일정에 맞춰 파업의 선봉대 노릇을 하기 위한 짜맞추기 수순"이라며 "조합원들을 파업전술로 몰고가면 올해 임ㆍ단협에 나쁜 영향만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리 없는 정치파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 전체적으로 올해 7월 1일로 예정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시행과 관련한 특별단체 교섭에 대해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이 재적 조합원 과반수로 나타나 파업 요건은 갖췄다.
그러나 금속노조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지부 찬성률이 38%에 머물렀고, 기아차지부와 GM대우차지부 찬성률도 50%대에 그치면서 파업 전반에 대한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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