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날씨에 따라 가전 제품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보다 부쩍 추워진 날씨로 보일러 업계는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반대로 에어컨 시장은 찬바람이 불면서 ‘울상’을 지었다.
주요 가스 보일러업체는 1분기 밀려 드는 주문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20∼30% 판매 실적이 껑충 뛰어 올랐다. 귀뚜라미는 올해 1분기 전년과 비교해 30%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귀뚜라미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상한파로 인해 추위가 밀려 오면서 보일러 교체 수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비엔’ 브랜드로 잘 알려진 경동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6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매출도 635억7000만원으로 31.6% 증가했다.
콘덴싱 보일러로 잘 알려진 대성쎌틱도 올해 1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 이상 소폭 상승했다. 대성은 이 여세를 몰아 히트펌프 전문 기업을 인수하고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고봉식 대성쎌틱 대표는 “인수를 통해 6건의 특허와 지열·폐열·수축열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 보유는 물론 히트펌프 분야의 노하우와 판매망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를 반영하듯 올해 1분기 가스보일러 생산량이 최근 10년 동안 사상 최대치였다고 집계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생산량은 28만3445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9%나 늘었다. 이는 연도별 보일러 생산량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02년 1분기 24만3000여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출 물량도 2만3187대로 전년 동기 대비해 47% 가량 상승하면서 보일러 업계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탄력이 붙었다.
반대로 에어컨 업계는 우울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삼성·LG전자 등 주요 업체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요 에어컨 사전예약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하이마트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에어컨 예약 판매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주문이 감소했다. 이마트의 경우도 46% 감소했고 롯데마트도 30% 줄었다. 삼성과 LG전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예약 판매율이 저조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에어컨 판매가 저조한 배경으로는 이상저온을 꼽았다.
하이마트 측은 “보통 예약 판매가 시작되는 2월 말부터 4월까지 올해 평균기온은 예년에 비해 2~3도 이상 낮았고 낮 최고기온 역시 4도 가까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월드컵에 관심이 쏠리면서 에어컨보다는 TV에 관심이 컸던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에어컨 업계는 최근 날씨가 다시 여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그동안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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