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강희,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

"스마트폰 화면 최대 크기는 4.3인치에서 정리될 겁니다."

`초콜릿폰` 개발을 주도해 LG 휴대폰 디자인의 `전설`이 된 차강희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상무ㆍ48)을 최근 서초 연구개발(R&D)캠퍼스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 스마트폰 화면 크기는 3.5~3.8인치가 대중적인데 앞으로 4인치를 넘어 4.3인치까지 출시될 것"이라며 "화면을 더 크게 만들면 손에 쥐는 착용감이 오히려 불편하므로 최대 4.3인치 선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두께는 대부분 10㎜ 초반대로 출시되고 있는데 올해 10㎜ 이하로 내려가고 8~9㎜도 개발 가능하다"며 "개발 과정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내년부터 슬림한 제품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디자인 대세가 큰 화면과 슬림한 두께로 굳어진 이유는 스마트폰이 이메일, 인터넷 검색 등 PC 기능을 갖춘 만큼 풀브라우징에 편리하면서 그립감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재나 디테일한 완성도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스마트폰은 한 버튼에 많은 기능을 담으니 얼마만큼 밀도 높고 섬세해지느냐가 중요하고, 튀는 디자인보다 UI(유저 인터페이스) 활용에 조화되도록 `하모니`를 중시합니다."

차 상무는 2006년부터 MC디자인연구소장을 1년6개월간 역임했다. 소장 타이틀을 떼고 전문위원이 된 지는 1년6개월 됐다. 그동안 MC디자인연구소는 `완벽한 수평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디자이너들을 소단위로 잘라서 프로젝트팀으로 만들어주니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낸다.

연구소장은 대외적인 업무와 경영, 조직 관리를 책임지고 그는 전문위원으로서 디자인의 질(quality)을 책임진다. "디자이너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바늘을 갖고 다니면서 콕콕 찌른다"고 그는 표현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이 부진한 이유를 묻자 다소 원색적인 비유를 곁들여 "똥 싸기 전에 방귀 많이 뀌지 않나. 지금 엄청 냄새 나는 방귀를 많이 뀌는 것 같다. 올해 말부터는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LG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마트폰 늦은 건 다 알려진 사실이고 기사도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 스스로 흔들릴 수 있다. 목표를 갖고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문보다는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에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은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디자인, 소비자들에게 롱런하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삼성 노키아 등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그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지금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1년 뒤에 나오는 것이다. 비교 우위는 재미없고 온리 원을 해라. 세상에 없는 것을 해라.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끄집어 내려면 통찰력과 잔머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유럽시장에 출시한 풀터치폰 `GD880 미니`는 경쟁사들 `허를 찌른 아픈`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속성상 형태를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 손을 대려고 하는데,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3.2인치 사이즈로 사각형을 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He is…

차강희 상무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나왔다. 1991년 LG전자 AV사업부에 입사해 오디오ㆍ비디오를 디자인했다. 2005년 휴대전화 사업본부로 옮겨 `초콜릿폰`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6년 LG전자 수퍼디자이너(부장급)로 뽑혔고, 임원급이 맡던 디자인연구소장에 올랐다. 지금은 전문위원이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shinyandlo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