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 <10> 쇼핑몰에서 배우는 플랫폼 전략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플랫폼 전략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럼 도대체 플랫폼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플랫폼의 예로 쇼핑몰을 들 수 있다. 쇼핑몰은 그 자체로는 별 효용가치가 없다. 그 효용은 그 안에 다양한 상점들이 가득 차 있을 때 극대화된다. 그 상점들은 쇼핑몰 주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상점 주인들이 그들의 제품과 마케팅,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가지고 운영하는 독립적인 기업들이다. 쇼핑몰의 전체적인 가치는 그 쇼핑몰 빌딩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상점들과 함께 결합돼 결정된다. 따라서 쇼핑몰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개인 상점들이 들어와서 빈 공간을 채우기 전에는 쇼핑몰은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쇼핑몰을 디자인할 때는 보다 다양하고 좋은 상점들이 더 많이 입주하도록 하는 것이 그 주안점이 돼야 한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플랫폼도 쇼핑몰과 마찬가지다. 그것이 스마트폰이든, 전자책(e북)이든, 아니면 인텔리전트 로봇이든 혹은 요즘 한참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든, 플랫폼 디자인 전략의 핵심은 제품으로서의 완성도가 아니다. 오히려 보다 많은 제3의 개발자들이 그 플랫폼을 선택해서 최종 소비자들이 원하는 경험을 가장 쉽고 편리하게 만들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따라서 플랫폼으로서의 디지털 제품은 결코 완성품이 될 수 없다. 플랫폼은 외부의 개발자들을 통해서 완성되어지며, 더 나아가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때 비로소 궁극적으로 완성된다.

 디지털 혁신에서 플랫폼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의 창조적인 속성상, 디지털 제품은 결코 미리 계획된 꽉 짜인 완성품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제조업체들은 서로 다양한 종류의 완성품을 소비자들에 제공하고, 그 중에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장 맘에 드는 제품을 선택케 함으로써 경쟁했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상에서는 더 이상 완성된 제품의 선택이 경쟁의 바탕이 될 수 없다. 그 대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과 창조적인 결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의 새로운 근간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개발자들은 최종소비자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들도 하나의 고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이중적 시장 개념이다. 이를 위한 플랫폼 전략은 단순한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 인센티브와 조직적 통제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플랫폼 전략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과거의 수직 통합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제품 전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 위에서 운영될 모바일 등 다양한 앱들을 개발할 능력 있는 많은 독립된 개발자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중에 있는 능력 있는 모바일 엔지니어들을 모두 고용해버린다고 하면, 그것은 마치 쇼핑몰 주인이 입주할 상점에서 일할 점원들을 모두 자기 쇼핑몰 종업원으로 고용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플랫폼 전략은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발상과 행동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