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해안 포구에 가보면 놀고 있는 어선이 많습니다. 고기 잡으러 나가는 것보다 세워놓는 것이 덜 손해기 때문이죠. 전기어선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친환경과 어민 생활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어선의 미래입니다.”
지난달 초 1톤급 소형 전기어선을 개발, 시연까지 성공리에 마친 박노식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63). 그의 전기어선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고가의 유류비 때문에 배를 움직이지 못하는 열악한 어민의 경제적 문제를 해소시켜 줄 뿐 아니라 국가적 어젠다인 친환경 녹색성장에도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해양공학을 가르치면서도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조선해양공학부 교수가 전기어선 개발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전기어선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전기과와 기계과, 조선해양공학과는 각기 다르다. 현재까지 개발된 전지 등 전기에너지 기술을 이용해 가장 효율적인 상용 선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조선해양공학과의 역할”이라 말했다.
그는 후배 교수, 지역 중소조선 및 전지 전문회사 등과 팀을 구성해 지난 2008년 농림수산부 해양과학기술연구개발사업에 응모, ‘연료비 절감을 위한 소형 전기어선 추진시스템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그해 11월 본격 개발에 착수한 그는 지난 5월 마침내 1톤급 소형 전기어선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기에 이른다.
박 교수는 “기존 어선을 전기어선으로 개조하는 것은 단순히 디젤엔진을 떼어내 배터리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전기어선으로의 기능을 최적화하려면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 이를 기초로 한 설계 배치, 프로펠러 회전수와 마력에 따른 선형 개발 등 뒤따라야 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전기어선 개발에서 해양공학적 안정성 확보가 그의 역할이었다.
지난달 13일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포구에서 박 교수팀이 개발한 1톤급 소형 전기어선의 시연회가 열렸다. 박 교수팀은 길이 7.2m의 낙지잡이 어선에 4.5㎾ BLDC모터 두 대와 260Ah 리튬인산철 배터리팩을 설치했다. 전기어선은 이날 성인 4∼5명을 태우고도 경쾌한 기동성을 과시해 연안조업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시속 16㎞에 배터리 완충 시 최고 40㎞까지 운항 가능한 이 전기어선의 전력요금은 동급어선 중유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전기모터는 고속 또는 고출력이 필요 없는, 연안에서 조업하는 1∼3톤 정도의 소형 어선에 적합하다”며 “시운전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를 보완해 오는 8월에는 목포에서 제주까지 장거리 시운전을 하고, 내년에는 1톤급 전기어선의 상용화 및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3톤급까지 확대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전국 1톤 어선 2만여척의 10%만 전기어선으로 개조해도 매년 700억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소형 전기어선을 새로 건조해도 3년 이상 운항하면 연료비 절감으로 투자비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전기어선을 단순히 내수시장으로만 보면 안됩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어민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유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어선 보급에 나섰지만 순수 전기어선의 보급 사례는 없습니다. 특히 중국 연안에서 조업하는 소형 어선 수는 어마어마합니다. 소형 전기어선의 상용화는 중소 조선산업에 있어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