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8>3D 소프트웨어, 갈 길이 멀다

 2D를 3D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 ‘다이내믹 3D’ 기술을 개발한 스테레오픽쳐스는 최근 미국 메이저 영화 배급사와 오가는 계약만 10건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외 유명 배급사가 자신들의 일을 맡아달라고 스테레오픽쳐스에 찾아오고 있다.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도 컨버팅 요청이 들어와 있을 정도다. 한 작품당 400∼500명이 투입돼 넉 달 정도 시간이 걸리니 지금으로선 3년치 일감이 밀려 있는 상태다. 순수 국산 ‘소프트웨어’ 기술로 세계 시장을 뚫은 것이다.

 

 한국전파진흥원에 따르면 3D 제작 콘텐츠 소프트웨어는 90% 이상이 외산이다. 초기 구매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일부는 매년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3D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2014년 약 15조원의 시장 창출과 약 4만명의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바타’ 신화는 소프트웨어의 힘=지난 3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미술상·시각효과상 등 주요 기술효과 부문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는 아바타뿐만이 아니라 비주얼 시각효과를 강조한 ‘디스트릭트 9’ ‘스타트랙:더비기닝’ 등이 다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새로운 기술보다는 전통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 위원들도 3D 뛰어난 시각효과 기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3D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아바타의 성공요인인 셈이다. 아바타 흥행 일등공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DEC 소프트웨어는 영화 제작 시 사전 시각화 기술을 감독과 전체 제작진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에 이미 할리우드 영화 제작 전문가들 사이에선 널리 사용돼 온 솔루션이다. 아바타는 그간 3D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받아 왔던 ‘언캐니 밸리’(인간에 가깝지만 인간과 완벽하게 같지 않은 인공체에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낀다는 개념)를 극복한 최초의 사례로 오토데스크의 DEC 솔루션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현실감이 있는 캐릭터 연출이 가능했다.

 ◇우리나라 3D 소프트웨어 ‘열악’=우리나라도 3D 소프트웨어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3D 분야는 아직까지 더 척박한 땅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에 의해 3D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성공한 것. 3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시지웨이브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따로 또 같이’ 구현할 수 있는 원 스톱 솔루션인 ‘웨이브3D’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김하동 시지웨이브 사장은 “순수 국산 3D 기술 저변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건설, 교육에 이어 광고업과 게임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에서부터 디자인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순수 국산 기술에 의해 가상현실 등 고차원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D콘텐츠 제작자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외산 제작 툴 구입 비용도 50∼7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전문인력을 키우자=3D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3D 연구 인력은 광운대, 광주과학기술원 등에 200여명,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전자부품연구원 등에 100여명, LG와 삼성 등에 600명 등 1000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 3D 영상 제작과 응용 분야 소프트웨어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3D 영화 제작이 많아지면서 촬영, 편집 등 현장인력과 2D를 3D로 전환하는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D 영화 한 편을 3D로 바꾸려면 300여명이 4개월 동안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력, 시설, 자금 부족 등 3D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대책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현장인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전자정보통신진흥회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매년 6000명씩 양성하고, 전문인력은 광운대, 연세대, 충남대 등의 3D 계약학과와 전문과정 신설을 추진한다. 또 중소기업이 고가의 3D 장비와 촬영·편집 시스템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