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만개를 목표로 세웠던 혁신형 중소기업 수가 4만개를 넘어서 5만개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수가 11만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상당수가 ‘혁신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가 오히려 규제라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2006년 정부가 벤처·이노비즈·경영혁신형 3대 혁신형 중소기업 수를 3년 간 세 배인 3만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확대 정책을 펼쳐, 5월말 기준 혁신형중소기업수는 4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중기청이 파악한 1월말 기준 혁신형 중소기업 수는 3만9139개로, 이후 벤처·이노비즈·경영혁신형기업 모두 감소 없이 큰 폭 증가세다. 벤처기업이 1월말 1만8939개에서 5월말 2만413개로 1500개가량 늘었으며 이노비즈와 경영혁신형기업 역시 1만5934개와 1만4035개에서 각각 1만6224개와 1만7018개로 290개와 2983개가 증가했다. 이 기간 증가업체 수가 4747개로 1월말 기준 중복업체 비율이 19.9%임 점을 감안하면 3800개가량이 늘었다. 국내 혁신형 중소기업 수는 4만300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중기중앙회가 5월에 발표한 국내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수는 11만1957개에 불과하다. 혁신형 기업에 서비스업체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이처럼 혁신형 기업 수가 폭증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원책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로 전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정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중기청 입장에서는 지원 업체수가 늘어나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정부는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고 기업체에서도 혁신형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매달려 있는 실정”이라며 “굉장히 잘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정책 담당 연구원도 “벤처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곳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술보증을 받은 곳이 벤처나 마찬가지”라고 문제점을 들었다.
업계의 불만은 더 높다. 관련 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잘 모르는 기업은 혜택 내용이 비슷한데 사회적으로 크게 손해볼까 두려워 일단 신청을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딱지(인증서)를 좋아해 더 많이 신청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기청 내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모 중기청 과장은 “혁신형 중소기업이 성장 경로상에 연계성이 없다. 벤처가 됐다가 이노비즈가 되고 다시 벤처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벤처기업은 중기청 창업벤처국 벤처정책과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노비즈기업과 경영혁신형 기업은 기술혁신국 기술개발과 소관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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