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켄지
나이 서른여섯의 말단 과장 켄지 요스케는 영세 기업 도요아스트론을 살리기 위해 사장으로 투입된다. 쉬워보였던 기업 재건이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음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켄지는 부임한 다음 날부터 부하 직원, 부서와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겉도는 업무 사이클, 부서 간 소통 부재, 경쟁 기업의 위협, 신제품 개발 지연, 모회사의 인사 간섭, 골치 아픈 사내 정치 등 다양한 경영 문제에 직면한다. 켄지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어엿한 경영자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말단 과장이 CEO가 되어 가는 성장기를 담은 비즈니스 소설을 표방한 이 책은 교과서 속 경영전략이 기업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과 맞물려 어떻게 활용되는지 재미있게 풀어냈다. 일본의 기업회생 전문가이자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미스미 그룹의 CEO인 저자가 30년간 수많은 적자 기업을 일으켜 세웠던 경험과 최고경영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체득한 것을 주인공 켄지 요스케를 통해 녹여냈다.
저자인 사에구사 다다시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스미토모화학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해 재임 4년 만에 종업원 120명인 회사를 300명 규모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보인다. 37세였던 1980년에는 오츠카전자의 기업회생 작업에 손을 대 파산 직전의 회사를 3년 만에 완전히 복구한다.
그는 이후 60억엔 규모의 벤처캐피털 회사 사장으로 활동하다 41세에 독립한다. 이때부터 전문적으로 부진한 사업의 재건만 담당하는 ‘기업회생 전문가’로 활동, 일본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 겸 최고의 기업회생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그는 이런 경험을 ‘CEO 켄지’에 그대로 녹여냈다. 특히 일반 경제 경영서가 ‘방법’만을 담고 있는 데 반해 저자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 당시 느꼈던 좌절과 희열 등 다양한 감정까지 독자에게 전한다. ‘차가운 전략적 기법’을 통해 어떻게 ’뜨거운 집단’을 만들어 내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지식공간 펴냄. 1만3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