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실상 패배

2일 치러진 제 5차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당초 기대와 달리 크게 패배했다. 민주당은 박빙지역이었던 인천·강원·충남 등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예상밖의 큰 선전을 거뒀다.

3일 오전 7시 현재 지방선거 개표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한나라당이 전국 16곳의 광역단체장중 서울을 포함해 6곳에서, 민주당은 7곳에서 각각 우세하거나 승리를 확정지었다. 자유선진당은 1곳, 무소속은 2곳에서 당선됐다.

10시간 넘게 1% 내외의 ‘초박빙’ 양상을 보였던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오전 5시께부터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역전, 2만여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득표율은 오 후보가 47.5%, 한 후보가 46.8%를 각각 기록했다. 서울시장의 최종 결과는 오전 9시경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0% 포인트(P) 이상의 득표율 차를 예상했던 한나라당은 이같은 결과에 크게 당황했다.

관심을 모았던 인천시장과 경기도지사에는 각각 민주당의 송영길 후보와 한나라당의 김문수 후보가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접전 양상을 보였던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경남지사에는 모두 노풍을 등에 업은 안희정(민주당) 후보, 이광재(민주당) 후보, 김두관(무소속)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전시장에는 자유선진당의 염홍철 후보가 확정됐다.

여당 후보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나와 경합을 벌였던 제주지사는 초반에는 현명관 후보가 앞섰으나, 새벽 이후 우근민 후보의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전·남북과 대구·경북은 일찍이 당선자를 확정지었다. 부산광역시장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 울산광역시장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 광주광역시장 민주당 강운태 후보, 대구광역시장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 충청북도지사 민주당 이시종 후보, 전라북도지사 민주당 김완주 후보, 전라남도지사 민주당 박준영 후보, 경상북도지사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선 특히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등 당초 여당인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에서 초박빙 경쟁이 벌어졌다. 또 여당의 텃밭으로 평가받았던 경남지역에서도 친노 진영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를 압지르는 등 곳곳에서 노풍이 거세게 불었다.

선거 당일 오후 들어 트위터와 문자메시지 등 각종 IT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통한 젊은 층의 ‘투표 독려’가 전체 투표율을 끌어 올리면서 야당 성향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4.5%. 1995년 이후 역대 최대다. 특히 마감시간을 임박해 나타난 투표율 급상승 현상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승리 당시 보여줬던 모습과 유사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젊은 네티즌의 투표 행렬이 잇따르면서 이전의 각종 여론조사 전망을 무색케 했다. 박빙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변수가 됐다. 그러나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가 거의 유사했다.

한편,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 곽노현 후보와 경기 김상곤 후보 등 진보진영 후보들이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나았다. 전국적으로는 진보 성향 후보가 전국 6곳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10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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