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이클 고트리브의 박사는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을 보고했다. 새로운 질병은 5명의 남자에게서 발견됐다. 그들은 모두 동성애자였다. 이 바이러스(HIV)는 몸 속에 침입해 면역기능을 맡고 있는 T4 세포를 파괴했다. 감염이 되면 5년 이내 발열·오한·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감염자의 절반은 7∼10년 내 결핵·폐렴·뇌염·종양 등에 속수무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바이러스성 질병의 병명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에이즈다.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한 번 걸리면 죽음을 피할 수 없어, ‘암보다 무서운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린다.
처음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에이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보다 4년 후인 1985년,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사진>이 에이즈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영화 ‘무기여 잘있거라’에서 열연했던 그가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모습은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극적으로 고취시켰다. 그 후에도 여러 스타들이 에이즈에 걸렸다. 양성애자였던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1991년 11월 23일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음을 시인한 후 바로 그 다음날 사망했다. NBA의 스타 매직 존슨 역시 같은 해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히고 예방운동에 앞장섰다. 미국의 다이빙 영웅 그레그 루가니스도 1994년 에이즈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현재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 수는 4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지방에 살고 있다. HIV의 전파 경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적 접촉인데, 상대적으로 북반구보다 아프리카 지방에서 비위생적인 성 접촉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매춘 여성의 절반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고 총 병상의 80% 가까이 에이즈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의 첫 에이즈 환자 보고는 1985년이다. 중동 지방에 파견됐던 노동자가 파견 국가에서 감염 사실이 진단돼 귀국 조치를 받았다.
사실 에이즈는 치료는 못하지만 예방은 현대 사회에서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전염병과 달리 공기나 물에 의해 옮기지 않는다. 악수·포옹이나 화장실 공동 사용, 술잔 돌리기로도 전염이 안된다. 감염 경로는 성접촉·수혈·주사침 등으로, 피임 기구와 소독 등으로 기본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에이즈 환자를 기피하거나 비위생적인 인간으로 사회 생횔에서 접촉을 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수년 전, 우리나라의 한 선원 부부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직장에서 쫓겨나고 셋방도 얻지 못하다가 섬에 피신까지 한 일이 있었다. 비과학적 인식 때문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