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의 미래, 해상풍력에 달렸다

육지에서 14∼20㎞ 떨어진 북해 한가운데 위치한 덴마크 호른스 레우(Horns Rev) 풍력발전단지에 80개의 발전기가 늘어서 있다. <덴마크=AP연합뉴스>
육지에서 14∼20㎞ 떨어진 북해 한가운데 위치한 덴마크 호른스 레우(Horns Rev) 풍력발전단지에 80개의 발전기가 늘어서 있다. <덴마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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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A풍력발전업체에 다니는 K부장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족들과 바닷가로 향했다. 본인이 주도해 건설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찾을 때마다 그는 가수 김광석의 달콤한 가사가 생각난다. 10년 전 해상풍력발전 사업 진출을 망설였을 때 그는 이 노래를 들으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다로 가야한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눈앞에 보이는 곳이 지금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발전단지이자 유명 관광명소로 상당한 수입을 거두고 있지만 2010년경만 해도 성공을 확신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K부장은 바다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 해상풍력인가=육상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면적이 넓지 않고 바람 조건이 우수하지 않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 갖고 있는 주요 단점을 보완한다.

 해상은 장애물이 적기 때문에 바람의 난류(불규칙적인 흐름)와 풍속변화가 적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육상보다 해상풍력의 발전 효율이 1.4배 높으며, 일반적으로는 1.5∼2배 정도 발전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음 등 민원문제에 있어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면적의 제약이 적어 대규모 단지조성도 쉽다. 또한 전력을 생산하면서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유명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물론 해상풍력은 바다 속 깊이 타워를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또 송전선로를 해상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이 높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쟁력 있는 육상풍력 부지의 고갈과 부지사용·거주환경·민원 관련 문제가 급격히 증가해 상대적으로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기술개발 필요성이 증가했다.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급격한 시장 확대로 유럽에서 2008년 기준으로 승인됐거나 승인 예정인 단지의 규모는 20GW로, 약 30조원 규모에 달한다. 에기평은 거대한 시장 진출을 위해 해상용 풍력발전 시스템 및 관련 부품의 기술 개발·제품화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해상풍력발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내년에는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을 합해 전 세계 용량이 약 203.2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풍력협회(EWEA)는 유럽에서 2020년까지 70GW의 해상풍력발전 설비가 설치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우리나라는 중공업·조선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 해상풍력발전 시장 진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표적인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 업체는 두산중공업·유니슨·삼성중공업·효성·현대중공업 등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6년 에너지관리공단이 추진하는 ‘3㎿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개발 업체’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후, 3년의 노력 끝에 아시아 최초로 3㎿급 풍력발전시스템인 ‘WinDS 3000’을 개발했다. 이 풍력발전기는 주파수 변환이 쉬워 전력 주파수가 60㎐인 한국뿐 아니라 50㎐인 유럽·중국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블레이드는 다른 제품보다 5∼15%, 증속기는 30% 정도 가볍다. 현재 제주도 구좌읍 김녕에서 실증시험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까지 실증시험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 진종욱 풍력사업팀장은 “신속하게 국내에서 실적을 쌓아 2014∼2015년께 대규모로 열리는 유럽 북해 해상풍력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니슨은 750㎾·2㎿급 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상용화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3㎿ 및 3.6㎿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기초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08년 5㎿급 해상풍력발전 국책과제 주관업체로 선정돼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5㎿급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해상풍력발전 현황

자료: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

 ◇해외 해상풍력발전 현황=2009년 기준으로 해상풍력발전 총 설치용량은 약 2GW로, 세계 풍력발전 설치용량의 1.2%를 차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치용량은 454㎿로 덴마크·영국·독일·스웨덴·중국 등에 설치됐다. 성장률은 약 30%로, 풍력발전의 일반적인 성장률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다.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총 12개로 이 중 10개가 유럽 국가다. 특히 유럽에서는 북해 연안 국가들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슈퍼그리드(Super Grid)로 연결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중국 및 일본에서도 소규모 단지가 설치됐다. 에기평은 2020년 해상풍력발전에서 유럽이 70%, 북미가 20%, 아시아가 10%의 비율을 담당하게 되며 한국은 2.4%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섬나라라는 장점을 갖고 있어 발전에 유리한 영국은 최근 몇 년 간 이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194㎿를, 지난해에는 104㎿를 설치함으로써 총 688㎿의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설비용량 2위 국가는 덴마크다. 풍력발전 선진국답게 1981년부터 해상풍력발전을 도입한 덴마크는 2030년까지 4GW 이상의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총 설비용량은 663.6㎿며 지난해 한 해 동안 무려 237㎿를 설치했다. 이밖에 네덜란드·스웨덴·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해상풍력발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이 총 23㎿, 일본이 1㎿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연방정부는 초대형 해상풍력시스템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독일 최초의 해상풍력발전 시범단지 프로젝트인 ‘알파벤투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시범가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연구프로그램 RAVE(Research at Alpha Ventus)를 통해,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각 요소에 대한 응력·가속도·소음·수로·수압 등을 계측한다. 한편, 중국은 유럽을 제외한 국가 중 최초로 상하이 근처에 21㎿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케이프윈드의 건설을 허가했으며, GE와 오하이오주 풍력발전 개발업체인 LEEDCo는 2012년까지 북아메리카 이리호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기평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은 누적용량 기준 연 평균 성장률(CAGR)이 약 13%로 2007년 1.1GW에서 2020년 38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우 2030년 총 누적 설치량 300GW 중 해상풍력이 육상풍력과 같은 비중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향후 해상풍력발전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덴마크 니스테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덴마크 니스테드의 해상풍력발전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