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글로벌 표준인 ISO26000이 올해 말 제정을 앞두고 있다. ISO26000은 우리가 잘 아는 ISO9000, ISO14000과 같은 인증 규격은 아니지만 이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의 경우 다른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생산, 유통되는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는 물론이고 공정무역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면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외면을 받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 차원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브랜드를 구입하지 말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사회적 책임(ISO26000)과 유사한 용어로 지속가능 경영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ISO26000과 지속가능 경영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지속가능 경영은 주로 기업에 적용돼 왔지만 ISO26000의 적용대상은 기업을 포함한 정부, NGO, 소비자, 노동, 기타 서비스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하게 돼 사회적 책임을 준수해야 하는 대상이 기업에서 모든 조직으로 확대된다.
둘째,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활동이 조직 내 지속가능 경영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지속가능 경영평가지수 편입 등을 위주로 이뤄졌다면 ISO26000은 전 조직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 주를 이룬다.
셋째, 지속가능 경영은 보고서 발간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ISO26000은 조직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과 같이 확대된 주요 이슈를 다루게 된다.
ISO26000은 지속가능한 경영상태의 기업을 판단하기 위해 크게 E(환경) S(사회책임) G(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틀을 정했다. 이 틀은 그동안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계속돼 온 ‘사회개선운동’의 흐름을 집대성한 것이다. 먼저, UNEP가 설립한 기업의 CSR 보고서 발행운동, OECD 투자위원회에서 주도한 사회책임투자운동, 세계기관투자자들의 합심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콤팩트’, 소비자단체를 주도하는 ‘COPLOCO’가 모두 합심해 ISO 26000을 완성했다.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선택,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모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이 인증의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이전의 것과는 비교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올해 12월 ISO26000 발표가 예정돼 있다. 기업·정부·NGO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 자사의 지속가능 경영을 진단하고 ISO26000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역 내 기업들의 ISO26000 대응 지원을 위해 ‘ISO26000 예비 인증제’를 도입 시행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 종교관련 NGO의 경우 자체 표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이를 올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2000년 중반 지속가능 경영 추진에 대한 붐이 일었을 때, 다수의 기업들은 앞다퉈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연일 모 기업에서 지속가능 경영에 앞장서기로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지속가능 경영 개념이 확산돼 많은 이들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 곧 ISO26000에 대한 붐이 우리 사회 전체에 확산할 것이다.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붐이 지속가능 경영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면, ISO26000은 지속가능 경영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ISO26000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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