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알티, 박막전지 장비 분야 세계 1등 도전

 디스플레이 반도체용 진공스퍼터 전문업체인 에이알티가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다.

 에이알티(대표 김민호)는 지난해 4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보드 예비기업으로 지정한 유망기업이다. 독자적 기술력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매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업체는 2006년 대구에 설립할 당시 매출액이 4억원에 불과했지만 2007년 16억원, 2008년 20억원 등 해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회사 임직원 15명 가운데 10명이 기술개발에 몰두할 정도로 R&D 투자를 중요하게 여긴 결과다. 연구 인력은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하이닉스나 아바코 등 업계에서 실무경험을 쌓아 이론과 실기에 두루 밝은 인재들이다. 이 때문에 LG마이크론(현 LG이노텍)과 삼성전기·SKC 등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될 수 있었고 기술보증기금 벤처기업, 국민은행 유망 중소기업, 이노비즈(INNOBIZ) 기업 등에도 선정됐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장비는 ‘롤투롤 스퍼터 시스템(Roll-to-Roll Sputter System)’이다. 특수 가스를 금속이나 유리판 위에 뿌려 고루 달라붙게(증착) 하는 장비를 통칭 ‘스퍼터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지극히 얇아서 구부리거나 롤로 만들 수 있는 기판에 이런 작업이 가능한 장비를 롤투롤 스퍼터라고 한다. 스마트폰에서 터치를 하는 표면도 롤투롤 방식으로 만든 박막 필름이 사용된다.

 에이알티는 일반 롤투롤 시스템과 달리 단순 박막처리가 아닌 ‘다층박막처리 기술’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기술은 박막 기판 위에 다양한 특수가스를 여러 층으로 입힐 수 있어 밝고 깨끗한 화면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예전에는 단층으로만 해도 화질이 충분했으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고화질을 요구하는 제품이 잇따르면서 다층박막처리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에이알티는 지난해 4월 관련 특허를 획득하면서 지금까지 독일과 일본에서만 생산되던 다층박막처리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독일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지만 공급가는 60%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에이알티는 이 기술을 무기로 국내 시장의 33%를 점유하는 등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5000억~6000억원 규모인 롤투롤 시장이 2013년이면 1조7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되면서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알티는 스스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다. 인지도가 취약하고 전문 영업인력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해외 전담 영업팀을 구성하는 등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선 KOTRA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고 해외시장 개척단에도 참가해 홍보를 지속하기로 했다. 대만과 중국 등 주변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이를 거점 삼아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전담 영업팀을 신설하는 한편 해외 에이전트를 둠으로써 영업력을 강화하고 해외 특허출원을 통해 현지 기업과의 제휴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에서 수요가 높은 고투과성 ITO 터치필름과 윈도필름용 장비 등 다양한 응용제품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제조원가를 절감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AS팀을 구성해 기존 고객관리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에이알티는 박막 태양전지에 미래를 걸고 있다. 롤투롤 스퍼터를 사용하는 분야 가운데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 바로 박막 태양전지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플렉시블 태양전지’로 불리는 이 태양전지는 유연하고 투명도가 높아 활용 분야가 매우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다. 이 분야는 2020년까지 약 27억달러의 장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면 박막 태양전지가 전체 태양전지 시장의 36%를, 2030년이면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보다는 제조원가가 저렴하면서 다른 박막전지보다는 광변환 효율이 높아 이르면 2013년께부터 관련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등을 이용한 건물일체형 태양전지(BIPV)나 휴대형 태양전지 등에도 박막 기술이 활용돼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에이알티는 박막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롤투롤 스퍼터 기술을 기반으로 산학연 연구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민호 에이알티 대표는 “해외 한 업체와 박막 태양전지 장비 공급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에만 수 십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면서 “유럽과 미국·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박막 장비분야 세계 1등에 도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