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3엔터테인먼트(대표 김기영)가 지난 달 중순 부산지사를 전격 철수했다. 서울 소재 중견 게임개발사의 부산 진출 1호였던 T3 부산지사는 2년여의 운영기간 동안 고용 인원을 30명 선까지 늘리며 축구단 경영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었다.
철수 이유는 T3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인력 유출에 따른 지역 불신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T3 부산지사 관계자와 인력 유출의 배후로 거론된 동서대 AGRIC(첨단아케이드게임연구센터), 그리고 부산게임업계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T3 부산지사 관계자는 “게임개발 막바지에서 핵심 개발인력 3명이 한꺼번에 AGRIC 입주기업으로 이동해 더이상 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를 부산게임미디어협회에 공식 제기했다. 확인 결과, T3 부산지사 소속의 팀장급 1명을 포함해 2명이 AGRIC 창업보육실내 J기업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동서대 AGRIC측은 개인 의사에 따른 이동일 뿐이며, 단 2명의 인원이 빠져나갔다고 게임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태수 동서대 AGRIC 센터장은 “개발자는 자유 의지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지 대학 센터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개발자를 오라가라 조종할 수 있겠냐”며 책임을 일축했다.
중재에 나서야 할 부산게임미디어협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 입장에서는 T3의 손을 들어줘야 하겠지만 AGRIC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이창우 회장은 “인력을 빼갔다는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추측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라는 식의 공식 입장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게임업계 내에서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기업 입장에서 T3를 두둔하는 견해도 있고, 해당 개발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도 있다.
한 업체 사장은 “동서대 AGRIC와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해 관계로 얽혀 있는 기업도 있고, T3가 결국은 서울 기업이라는 배타적 시각도 깔려 있는게 사실”이라며 “정황상 AGRIC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 말했다.
또 한편에서는 T3 부산지사 철수는 이미 몇달 전부터 예견돼 왔으며 이번 사태는 단지 발화점으로 작용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K 사장은 “서울 같으면 개발사 소속 인력이 대학 창업보육센터로 가겠느냐. 결국 부산 게임업계의 열악한 상황과 지역 게임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대학 센터에 막강한 재정적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얽혀진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지역 게임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돌렸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