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고급 설계인력 뿐만 아니라 고가의 설계 툴, 설계용 지식재산권, 자금, 시스템 업체와의 연계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이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해야만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임종성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은 “팹리스업체는 성공해서 상장되기 전까지는 설계 인력만 있을 뿐 자금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지원해줄 수는 없지만, 가능한 각 부분에서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충북테크노파크가 시제품제작지원사업, 검증랩 서비스, IP 제공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충북경제펀드를 이용해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나 과제 발굴 사업도 업체들을 돕기 위한 지원책의 일부분이다.
“충북의 반도체 산업은 청주·청원을 중심으로 진천·음성을 잇는 클러스터 허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3대 파운드리 업체들이 지역에 소재해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IC 제조와 관련한 인프라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합니다. 최근 4년간 반도체 산업 육성 추진 결과 충북 지역에 집적화된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 설계 전문 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습니다.”
과거 동부하이텍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낸 반도체 전문가답게 임 원장은 국내 반도체산업을 바라보는 눈도 날카롭다. 그는 “반도체 IC의 주요 수요기업인 시스템 업체들이 제품 단가 경쟁력과 자체 보유 핵심 기술 보안을 이유로 시스템 IC를 개발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술력이 부족한 시스템 업체들의 IC 개발 수요가 설계전문기업인 팹리스 기업들에게 설계를 위탁하는 사례를 늘릴 뿐만 아니라 이는 결국 신규 IC 개발의 활성화를 유도해 백앤드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업체, 패키지업체, 테스트 하우스 등 강한 전후방 연계 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이 팹리스 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다. 반도체 생산 공장들이 즐비한 충북에 팹리스 산업을 통해 R&D 기능을 부여, 반도체 전후방 산업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팹리스 업체 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수년전부터 팹리스 기업 유치에 신경을 써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산학연과 연계한 상생 협력 움직임도 결실을 맺고 있다. 충북테크노파크는 청주대와 협약을 맺어 이 대학 4학년생들의 인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 기업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센터 장비 교육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인턴 교육생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임 원장은 “앞으로 충청권 대학에 설계검증 장비 등 최신 장비를 개방, 졸업생들의 최신 기술 습득 기회를 늘림으로써 팹리스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적인 연계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학에 장비 공개 방향과 장비 종류, 개방 형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이는 전문 연구회 및 설계 실무자 협의회를 구성해 신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기술 향상의 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창=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