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D산업 협회 출범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산하에 있던 3D산업 관련 두 개 협회를 하나로 합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당장 이번 주에 통합 협회 발기인 대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전 준비 없이 행정 편의만을 고려해 무리하게 통합 일정을 강행하면서 산업계 혼란은 물론 해당 협회와 적지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지경부는 국내 3D 분야를 대표하는 ‘실감미디어 산업협회’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산하 ‘차세대 3D 융합산업 컨소시엄(3D FIC)’을 합치기로 방침을 세웠다. 두 단체 모두 지경부 산하에 있는데다 3D 분야로 역할이 중복돼 이를 통합해 새로운 협회를 신설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산업계 주도의 통합 단체가 필요하다는 총론은 공감하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충분히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아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두 단체를 해체해 하나로 합치는 형태지만 내부적으로는 진흥회 소속인 3D 융합 산업 컨소시엄이 실감 협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폐합이 진행 중이다. 통합 협회를 위해서는 협회 말소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정작 산업계에서는 3D 컨소시엄 보다는 실감 협회가 더욱 지명도가 높아 산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감 협회는 설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3D FIC은 지난해 결성돼 이제 1년을 넘겨 역사와 지명도 면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
행정 편의를 위해 사전 조율 없이 통합 일정을 강행하면서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당장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진흥회는 오는 10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통합을 위한 사전 준비 모임인 ‘3D융합 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아이티·레드로버·빅아이·모컴테크 등 15개 업체에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통합 자체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했을 뿐더러 주체인 실감협회와 정확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발기인 대회가 반쪽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합협회 출범을 준비하는 진흥회 측은 “불과 이틀 앞으로 발기인 대회가 다가 왔지만 2∼3업체만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계가 시장 육성과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협회를 정부가 개입해 통폐합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실감협회 측은 정부 권고로 이사회에 의견을 개진했으나 아직 협회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해 다음 주 이사회를 다시 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흥회는 통합 주체인 실감 협회의 최종 이사회 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10일 발기인 대회를 강행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실감협회 측은 협회 통폐합과 별개로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거나 협의회 형태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