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전문 인력, 사실상 전무(全無)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3D 영상과 실감미디어 산업의 문제점으로 전문인력 부재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3D 영상은 단순하게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으로 완성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실력 있는 사람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촬영, 편집, 컴퓨터 그래픽, 3D 전환 등의 영역에서 전문인력이 하루 빨리 양성돼야 한다. 자칫 3D 생산 기반 없이 콘텐츠 소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이 같은 우려와 궤를 같이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문인력 양성 방안도 서서히 그 틀을 갖춰나가고 있다.
◇왜 사람인가?=전 세계적으로 25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3D 영화의 시초 ‘아바타’. 이 영화는 제임스 캐머런이라는 뛰어난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인력이 컴퓨터 그래픽 및 3D 작업에 참여했다. 이 영화의 시각효과(VFX)를 담당한 제작사 웨타디지털은 최다 9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동시에 아바타 3D 작업에 매달렸다. 기존 영화 제작과정과 비교해 아바타에 참여한 전문인력은 비교할 수 없이 많지만, 영화의 수익을 따져볼 때 엄청난 성과를 도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3D 및 실감미디어 산업에서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정제창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3D 및 실감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노하우”라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3D 전문인력 양성이 실감미디어 산업 육성의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3D 및 실감미디어 전문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활황에 접어든 산업 특성상, 3D 기술·촬영·후반 작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3D 영화 제작이 본격화하고 있는 할리우드와 달리, 국내 영화 제작사는 기술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콘텐츠 제작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애니메이션 등 국내 디지털 콘텐츠 기업의 대부분이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한 업체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력 있는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련 업계에서도 입체 영상을 공학적인 개념과 미학적인 개념에서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최대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왕호 영화진흥위원회 차장은 “컴퓨터 그래픽은 기존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2D 영상을 3D 콘텐츠로 전환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일부 제작 인력이 3D 입체영상 제작에 서서히 참여하고는 있지만, 3D 제작 전반에 걸친 노하우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D 콘텐츠 제작을 외국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서울스노우잼 콘텐츠 제작을 미국 전문업체 장비와 인력을 활용해 제작했다.
◇인력 양성, 올해부터 본격화=문화체육관광부는 3D 콘텐츠 산업 인력 규모가 2011년 6000명에서 2015년 1만5000명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2D 콘텐츠에 비해 30% 정도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고용 집약적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D 산업에 비해 두세 배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D 콘텐츠 기반 구축의 세부 추진 과제로 공동 제작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기업 밀착형 조사 분석을 통해 3D 콘텐츠 전문인력의 중장기 수요 조사 및 예측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등을 통해 촬영·편집, 3D 전환 등 현장형 제작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촬영·편집 인력은 2015년까지 1만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콘텐츠진흥원은 연간 500여명을 교육, 2015년까지 총 250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또 영진위는 2015년까지 500명을 양성하고, 사설 아카데미와 기업 자체 교육을 통해 7000여명의 인력 풀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3D 전환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2012년까지 총 7000여명의 수요가 예상된다. 정부 측에서는 우선 영진위를 중심으로 3000여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박스/3D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국내 3D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곧 지금이 바로 전문 지식 습득에 가장 적절한 때라는 말과 같다. 누구보다 앞서 3D 전문지식을 습득할 경우,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할 일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3D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서울 3D 영상인력 개발센터=영화진흥위원회가 서울시와 협력, 올 7월부터 운영 예정인 3D 인력 전문 교육센터다. 이미 센터 설립 이전부터 영화아카데미 교육센터 내에서 1차로 30명의 교육이 수료됐으며, 현재 2차 교육(50명)이 진행되고 있다. 영진위 측은 3차 교육부터 서울 상암동 DMC 단지에 조성될 서울 3D 인력 개발센터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주로 3D 변환 교육과 3D 시네마 고급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기획, 연출, 스테레오그래퍼, 3D 촬영·조명 등 3D 전문가 교육 과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S&G 트레이닝 센터=콘텐츠진흥원이 스테레오스코프와 그래픽을 전문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총 350명의 3D 핵심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 아래, 3D 영상 제작 250명, 컴퓨터그래픽 제작인력 10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또 3D 영상 기업이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할 계획이다. 기업 참여 프로그램은 총 100명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3D 영상 제작 기업이 인턴 사원에 대한 OJT 교육 과정을 운영하면 1인당 월 70만원씩 6개월간 인턴 교육비를 지원한다. 3D 전문 인력 교육과 양성을 담당할 전문가 집단도 육성된다. 콘진원 측은 사전 교육과 미국 해외 시찰 등 프로젝트 연계형 교육을 통해 총 50여명의 고급 교수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이승현 광운대 교수>
“단순히 3D 기술만을 기계적으로 습득한다고 해서 전문인력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영화·방송·애니메이션 등 기존 콘텐츠 영역에서 경험을 갖춘 인력의 재교육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이승현 광운대 교수(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부족한 국내 3D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재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교육하는 시스템으로는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는 3D 시장 선점 경쟁에서 속도와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영화와 방송 종사자들이 3D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노하우에 접목하는 것이 곧 다양한 분야에서 실감미디어 산업이 개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3D 산업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아니며, 기존 제작 노하우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예술적인 감각,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발굴해 이들의 노하우에 3D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인력 양성 계획도 이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3D 및 실감미디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3D 콘텐츠 제작과정에서 열악한 제작사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아울러 민간의 교육 및 산업 인프라를 특화시키는 등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D 및 실감미디어 산업 육성을 책임지고 수행할 정부 조직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3D 콘텐츠 육성 방안을 내놓는 등 큰 틀은 잘 잡았다. 하지만 산업을 관장할 정확한 부처가 없는 실정”이라며 “거대 조직보다는 한두 명이라도 산업 육성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PM) 등 정책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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