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이후 글로벌 통신서비스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진입했다. 관련 장비,솔루션시장은 정체가 불가피했다. 이는 최근까지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통신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모바일2.0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시장 기반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돌풍 역할을 했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시장 확대를 선도하면서 네트워크의 중심축에 데이터통신이 자리잡게 됐다. 유선시장에서도 인터넷전화의 활성화와 함께 유무선 결합이 시장 확대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통신사업자 수익원의 큰 축이었던 국제전화와 장거리 음성 전화가 데이터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 역시 재도약을 위한 용틀임이 시작됐다.
올해 네트워크시장이 다시금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작년 한해 네트워크 산업은 우리나라 돈으로 184조원(1434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했다. 지난 2008년 대비 7.7% 줄어든 규모다. 2008년말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가 고스란히 네트워크 시장을 축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는 5.9%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작년 경기 침체로 인한 부진을 만회하는 것 외에도 유선시장과 유·무선 데이터 시장이 급속한 성장이 예견되는 데 따른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무선데이터 시장은 2013년까지 연평균 14.2%의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중 무선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3G 비중이 작년 14.8%에서 2015년에는 35.9%가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용 인구로 환산하면 20억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15년 통신사업자의 데이터 매출 비중은 작년 21.6%에서 26.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향후 네트워크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데이터 시장이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애플 아이폰을 독점출시한 미국 AT&T는 최근 무제한 인터넷 사용 요금체계를 바꿨다. 당초 월 30달러만 내면 3G망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무제한이었다. 그 결과 전체 3% 정도의 아이폰 이용자가 망의 40%를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햇다. 결국 망이용의 효율성 문제와 기존 전화 이용자들의 불만이 겹치면서 AT&T는 이달 7일자로 종량제로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업자의 데이터 통신 매출 비중은 가파른 증가세다.
KT의 경우 지난 2008년에 비해 작년 데이터통신 매출이 12% 늘었다. SK텔레콤 역시 9% 증가했다. 반면 음성통화 매출은 각각 1.7% 늘어나는데 그치거나, 12%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데이터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폰 4G· 겔럭시S과 같은 스마트폰의 등장은 데이터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큰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기존 휴대폰 중심의 3G폰이 음성중심의 통신으로 뼈대를 이뤘다면 스마트폰은 데이터 이용중심의 변화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비스도 네트워크의 수익원= 촘촘한 망을 기반으로 펼쳐질 다양한 서비스도 네트워크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망기반이 고도화하면서 u시티, u헬스케어,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그리드 등의 구현이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창출되려면 고도화된 네트워크 설비가 필수적이다.
일례로 최근 u시티 사업에선 지자체마다 고도화된 자가망을 설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바로 사업자들이 u시티에 필요한 기반 설비를 갖추면서도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지자체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부터는 LG와 SK컨소시엄이 각각 u헬스케어서비스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사업은 만성질환자, 65세이상의 노령자, 일반인 등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와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서비스다. 이를 토대로 u헬스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u헬스 세계시장은 매년 15% 이상의 성장이 예견되는 분야로 작년 1431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 사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네트워크가 이 사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향후 신시장 창출에 네트워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네트워크 전략 무게 중심은 지능화= 데이터 용량의 폭주와 다양한 서비스 사업에 대비한 각국 통신사업자와 정부의 네트워크 보강 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올해만 3G 용량 증설을 위해 총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KT 역시 삼성전자와 인텔 등과 연합해 3300억원의 펀드를 조성, 와이브로 구축을 위한 자회사 설립까지 추진중이다. 방통위도 오는 10월까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지역에 민관합동으로 자금을 조성, 무선랜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에선 차이나모바일이 상하이엑스포 현장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20만개의 ‘시분할 연동 코드분할다중접속(TD-SCDMA)’ 방식의 기지국을 중국 전역에 구축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8만여개 기지국 수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중국 내 자치구 시 단위까지 3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네트워크 사업자에겐 3G가 시장 확대의 기회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 스마트 오피스, u시티의 자가망 구축 등 다양한 서비스도 네트워크 산업의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네트워크 시장에서 과거처럼 대규모 설비 구축은 기대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통신사업자로선 늘어난 데이터량 만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의 기본 인프라는 잘 갖춰진 만큼 지능화된 장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종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박사는 “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 통신량의 증가가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어 망 전반을 교체하는 것을 꺼린다”며 “앞으로는 망의 효율과 지능화에 초점을 두고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시장도 신뢰도가 높은 유무선 융합 통신용 교환장비, 가입자 장비, 무선인프라 장비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최근 시스코나 에릭슨 등 글로벌 통신네트워크 사업자가 고도화된 지능형 장비를 속속 내놓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함 박사는 이어 “국내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영세한 규모로 인해 시스코처럼 전 분야를 할 수 없지만 레이어7(L7) 스위치 등 고부가의 지능형장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민간사업자들이 지능형교통시스템(ITS)과 전자정부 수출 등을 추진할 때 서비스 기업과 동반 진출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시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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