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탐구] 정수기 시장 아직도 건재

 Q: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LG가 지난해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쿠쿠홈시스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정수기 사업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시장성이 있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정수기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수는 200여개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등록사는 89개에 불과하나 비등록사까지 합치면 200개를 웃돈다. 정수기 시장에 뛰어 드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은 소위 ‘돈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프린터 기업이 소모품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것처럼 정수기도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매력적이다. 냉장고·세탁기처럼 한 번 팔면 그만이 아니라 필터 교환·정수기 청소 등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하려면 초기 상당한 현금이 확보해야 하지만, 1년 정도 잘 버티면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IT제품에 비해 낮은 점도 매력이다. 자체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 한샘 등 주방가구 기업도 빌트인 주방가구 라인업 강화 차원에서 정수기를 아웃소싱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일반 정수기가 아닌 빌트인 정수기를 하우젠 브랜드로 공급 중이다.

  30%대에 불과한 보급률도 정수기 시장으로 기업을 유인하고 있다. 물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정수기 수요가 증가해 최대 55%∼6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업(B2B) 시장도 열리고 있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정수기 시장 상황은 좋다”며 “업체가 법인 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최근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수기 시장규모는 대수기준 110만∼120만대, 금액기준 1조4000∼1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00년 39만대에 불과했던 정수기 시장은 10년 동안 대수기준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가운데 렌털 비중은 80% 이상이다. 정수기 10대 중 8대∼9대는 렌털 방식으로 판매된다. 전창석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부장은 “예전에는 일시불 판매가 많았으나 지금은 렌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특히 렌털을 통해 시장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으나 ‘1강3중’ 시장구도는 깨지지 않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40% 이상의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힌 가운데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교원 등이 2위 싸움 중이다. 동양매직 등 후발 주자가 월 평균 렌털료를 1만9900원으로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으나 경쟁구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