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이 따로 없다.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낫다.”
지난 2월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 신청결과가 나오자 쏟아진 중소업체 사장들의 하소연이다. 경쟁률이 9.5 대 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세운 6.9 대 1의 최대 경쟁률을 단숨에 갈아 치우자 단념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이 사업은 정보화가 미진한 중소업체들이 경영정보시스템(MIS), 전사적관리솔루션(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정보시스템 구축 시 매칭펀드 방식으로 사업비의 절반 가량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으로는 유일하다. 2000년대 초반 200개에 불과하던 이 사업 지원업체는 정보화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올해 700여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 사업의 예산은 거꾸로 2005년 339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 올해 163억원으로 급락했다. 예산 당국이 불요불급한 예산이 아니라며 매년 삭감한 결과다.
최근 전자신문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공동 조사한 ‘신 정보화 수준’에서 스마트 오피스 등 최신 정보기술(IT) 투자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최고 10배 가량 뒤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부실한 정부의 지원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통적인 기업정보화 지원 사업의 예산마저 매년 삭감되는 판국에 ‘중소기업 신 정보화 격차 해소’ 정책은 사실상 전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산 당국의 무관심은 결국 기업들의 저조한 정보화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중기청 정보화 수준 평가에서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은 54.67점으로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대기업 대비 76% 수준에 불과해 정보화 격차가 심각했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영·생산 경쟁력이 그만큼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정보화 수준 조사에서 스마트 오피스 5배, 모바일 오피스 2배, 기술보안시스템 10배 등 중소기업의 최신 IT 도입율이 대기업에 크게 뒤지면서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중소업체 한 사장은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1억원 남짓한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정보화는 요원한 업체가 하나 둘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신정보화 수준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신정보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예산부족(42.3%)을 첫손으로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존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정보화 투자는 더욱 위축되는 추세다.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정보화투자율도 지난 2006년 1.27%에서 2007년 1%, 2008년 0.38%로 계속 감소했다.
예산 증액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제도화하는 등 신정보화에 따른 관련 법 재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소업체들의 지원요구가 잇따르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기 정보화 예산 삭감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작년 연말 국회에서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100억원 가량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며 “최근 이슈로 떠오른 중기 기술유출 방지 등을 중심으로 예산 확대는 물론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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