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시장에도 오라클발 유지보수요율 인상 폭풍이 불었다. HW업체들은 유지보수요율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은행 등 주요 기업고객이 반발해 양측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반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의 법인 통합을 앞둔 한국오라클은 선 HW에도 기존 오라클 소프트웨어(SW)와 마찬가지로 고(高)요율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한국오라클은 선 HW 유지보수 계약 갱신 시 서비스 요율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4∼8%(판매가 대비)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12%로 책정했다. 이에 더해 구매자가 사용하는 표준계약서가 아닌 오라클 표준계약서 사용을 요구했다.
한국오라클은 “아직 한국썬과 법적 통합이 완료되지 않아 유지보수 정책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일부 기업고객은 이미 오라클로부터 정책 변경을 문서 또는 구두로 통보받았다. 이들 기업은 하반기 계약 갱신을 놓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A은행은 오라클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그간 HW 유지보수요금을 최고 8%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지급했는데 갑자기 특정업체와 높은 요율로 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서비스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제3의 업체와 계약하거나 최악의 경우 선 서버를 타 회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까지 검토 중이다.
B은행과 C증권도 서비스 담당자들을 통해 구두로 요율 인상안을 접했다. 두 회사의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협의에 착수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는 ‘반대론’부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실패론’, 이참에 고객 위주의 HW 유지보수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기대론’까지 다양하다.
한국오라클은 SW분야에서는 데이터관리시스템(DBMS)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20%를 웃도는 높은 요율 정책을 취했다. HW 시장은 다르다. 국내에서 선 서버 점유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선 서버를 HP나 IBM 서버로 교체할 수 있다.
심지어 선의 유닉스서버는 후지쯔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같은 제품을 한국후지쯔를 통해 더 나은 조건에 살 수 있다.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내심 한국오라클의 행보를 반겼다.
낙후한 국내 HW 유지보수 시장을 개선할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HW 유지보수요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고객의 강권에 못 이겨 ‘공짜’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숱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