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 先취업 後학업 현장을 가보니…

 경기중기청과 두원공대가 기획한 기술혁신대학이‘기능인 선취업 후학업’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영일 두원공대 기계과 교수(모니터 가리키는 안경 쓴 분)와 학생들이 경기도 수원 경기중기청 교실에서 수업하고 있다.
경기중기청과 두원공대가 기획한 기술혁신대학이‘기능인 선취업 후학업’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영일 두원공대 기계과 교수(모니터 가리키는 안경 쓴 분)와 학생들이 경기도 수원 경기중기청 교실에서 수업하고 있다.

‘기능인 선(先)취업 후(後)학업 기반조성.’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6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 기능인력 감소 대책이 발표됐다. 골자는 전문계고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뒤에도 본인이 원하면 직장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사회에 빠르게 진출한 기능인들이 학력 인플레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 정책은 경기중소기업청이 지난해부터 두원공과대학과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재직근로자 직무향상교육(기술혁신대학)’을 벤치마킹했다. 경기도 수원 경기중기청에서 열리고 수업을 참관해 봤다.

경기도 수원 반달공원길에 위치한 경기중기청 3층.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 전후,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둘 재료역학 수업을 듣기 위해 모였다. 이곳 1·2학년 20여명은 초정밀기계 전공으로 전문학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강의실인 비즈니스솔루션센터는 기업인 교육을 위해 설계한 곳이어서 시설과 디자인이 뛰어났다. 더운 날씨에 늦은 시간인데도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의욕적이다. 수업이 실무의 연장이고, 전문학사를 받을 수 있다는 성취감 때문이다. 산업기계 제조업체인 동해기공 품질보증부 기사로 용접 분야 5년 경력을 지닌 안수진(29·2학년)씨는 “지금까지는 경험으로 기술을 익혔을 뿐 정확히 용접의 원리를 몰랐다”며 “이곳에서 배운 후 원리를 적용해보니 용접속도를 줄였고, 납기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중퇴 후 중소기업에 취직하기도 힘들었고, 취업 후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재의 ‘선취업 후학업’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다.

계측기 제조업체인 와이즈산전에서 생산라인에 종사하는 신종석(33·2학년)씨도 “기계분야에서 실무에 이론을 겸비하게 돼, 맡은 일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높은 데에는 대학에서 기업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과목을 선정해서다. 과정을 주도한 김영일 두원공대 기계과 교수는 “학교에서는 일방적으로 커리큘럼을 짜는데 여기에서는 사전에 기업과 학생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했다”며 “강의도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으로 진행해, 집중도가 매우 높다”고 평했다.

학생들의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현장직이다 보니 피치 못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상당수 회사들은 학생들을 사정을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이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신종석 씨는 “업무가 많은 날에는 대개 저녁 9시 정도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양해를 해줘 수업에 들어올 수 있다”며 “대신 주말에 나가서 일을 처리하곤 한다”고 말했다.

경기중기청은 이 같은 일부 학생들의 어려움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중소기업이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낸다면 과정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중기청과 두원공대 측은 이들 졸업생들이 지역에 소재한 성균관대 등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수규 경기중기청장은 “우리 산업의 역군인 중소기업 재직근로자들이 직무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근로자에 맞춰서 개발한 교육서비스가 좋은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경기도)=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