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세종시 수정안의 실질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포기인지, 또 다른 수정안을 만들 것인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종시 문제는 정치권의 갈등을 넘어 국론 분열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세종시 수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충청도민의 뜻을 존중해 합리적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6·2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원내대표에 선임된 후 국회 첫 연설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자 여권이 이른바 ‘세종시 출구전략’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 바꿀 것은 바꾸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됐다.
청와대는 아직 ‘세종시에 대한 수정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김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복수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에 대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각종 정책을 리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책 결정 과정상에 문제가 없었는지, 우선 순위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를 포함한 4대강 등 현재 추진 중인 주요 국책사업의 재검토 내지는 수정 여부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모든 결정을 국회로 넘겼다고 했고, 여권의 대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게임은 끝난 것 아니냐”면서 “이미 출구전략은 가시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박희태 신임 국회의장은 이날 SBS·CBS와 인터뷰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각 정당이 필요한 안을 (국회에) 내고, 이를 토대로 서로 토론을 벌이고 협상해 좋은 결론을 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여든 야든 (세종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 국회 내 잘 처리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다음 국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제 마음대로 처리 시한을 설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