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판용/나로호 발사 3시간 앞두고 전격 발사 중지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가 온 국민의 염원을 뒤로 한 채 9일 발사 세 시간을 앞두고 전격 중지됐다. 나로호 발사대의 지상 소방 설비 오작동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해 수차례 연기와 발사 중단, 1차 발사 실패에 이어 8전 9기 도전에 나섰던 나로호 꿈의 실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문제가 된 소방설비 점검을 위한 시간과 날씨 등을 고려할 때 하루 이틀 사이 재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관련기사 3면

 교육과학기술부 편경범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오후 2시께 나로호 화재 시 소화를 위한 발사대 소방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사 운용이 중지됐다”며 “해당 소방설비는 유류 화재를 대비한 설비로서, 점검 과정에서 세 곳의 노즐 중 한 곳의 소화용액이 분출됐다”고 설명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는 2시께 발사 운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방설비 점검 중 문제로 준비작업이 중단됐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발사 운용 중지로 나로호 발사도 포기했다.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정확한 오작동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7일에는 나로호를 발사대에서 기립하는 과정에서 전기적 결함으로 기립이 다섯 시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나로호는 1단 제어용 헬륨 충전을 마친 상태였지만 다행히 산화제와 연료는 투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장은 “소방설비 문제는 해외에서 흔하지는 않은 사례”라면서도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가 화재 발생 이전에 미리 터진 것이라면 보면 되는데 발사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설비 오작동이었기 때문에 아주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한·러 양국은 이날 저녁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를 열어 발사일 등을 재논의했다. 나로호 발사 예비 발사일은 열흘 간이다. 정부는 발사체와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와 관련국가에 예비 발사일을 통보해야 한다.

 재발사 일정에 대해 공창덕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문제를 해결하고 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바로 다음날인 10일은 어렵고 그 다음날은 날씨가 안 좋을 것 같아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나로호는 지난해 여섯 차례 일정 연기와 한 차례의 발사 중단에 이어 8월 25일 1차 발사에 나섰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고흥=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