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특집]“점화전 오작동 발견돼 다행”

 나로호 2차발사 중지 원인은 발사체나 발사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소화장치에서 터졌다. 한·러전문가 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발사일이 다시 결정될 예정이지만 당분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기상상태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문제가 된 소화장치는 유류 화재에 대비해 화학용제와 혼합된 소화제를 살포하는 설비로 소화노즐 3곳에서 전기 시스템 오류에 의해 소화용제가 자동 분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발사 연기에 대해 “점화 전에 소화장치 오작동이 발견돼 차라리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료 주입 시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사 순간 등 필요할 때 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은 “소화장치는 연료 누출에 따른 화재 발생과 발사 순간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흐르는 ‘화염 유도로’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더 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지금처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변영환 건국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발사체 주위와 아래에는 상당히 많은 장비들이 설치돼 있고 만약 발사 당시 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발사대 주위 인프라가 한꺼번에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기가 발사체 본체와는 무관해 재발사까지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작동 회로에 대한 원인 규명이 늦어지거나 소화용제에 의한 발사체의 오염정도가 심하고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면 예비 발사일(19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비행역학 및 제어 분야 전문가인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는 “발사체 소화용액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반 소화용제가 아니라 특수한 약품 등이 첨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소화용제가 발사체와 발사대에 튄 것으로 보여지며, 이럴 경우 당장 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윤웅섭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도 “소화장치 두 개가 동시에 오작동 한 것으로 봐서 전기적으로 잘못된 회로 신호가 들어갔다고 보여진다”며 “누출된 소방액은 ‘폼(foam)’이라고 불리는 거품 형태의 액체인데 표면에 묻은 것은 닦아내면 그만이지만 발사대 밑에 파인 설비 부분까지 오염이 됐으면 전기회로 보완과 함께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날씨도 변수다. 발사는 지상에서 부는 바람 평균풍속이 초속 15m, 순간최대풍속 초속 21m이하일 경우, 지상 30㎞고도에서는 최대풍속이 초속 100m이하일 경우 이뤄진다. 또 비행궤적 주변 20㎞ 이내에 낙뢰가 없고 인근 50㎞이내 비가내리지 않아야 한다.

 기상청은 “10일부터 제주도에 비가 오고, 11일부터는 남부지방으로 비구름이 올라가므로 12∼13일까지는 (나로우주센터의) 날씨가 좋기 힘들 것 같다”며 “비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부지방에 구름이 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에도 날씨가 좋다는 보장이 없어 나로호 발사에 적합한 날짜를 지금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황태호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