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가 온 국민의 염원을 뒤로 한 채 9일 발사 3시간을 앞두고 전격 중지됐다. 나로호 발사대의 지상 소화장치 오작동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해 수차례 연기와 발사 중단, 1차 발사 실패에 이어 8전 9기 도전에 나섰던 나로호 꿈의 실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문제가 된 소화장치 점검에 소요되는 시간과 날씨 등을 고려할 때 하루 이틀 사이 재발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편경범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오후 2시 2분 나로호 화재시 소화를 위한 발사대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사운용이 중지됐다”며 “해당 소화장치는 유류 화재에 대비한 설비로서, 점검 과정에서 세 곳의 노즐 중 세 곳 모두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주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향후 재발사 일정에 대해 “9일 저녁 5시 40분 현재 육안으로만 확인을 했고 정확한 오작동 원인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일정 협의는 그 원인을 밝힌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한 10일 발사는 물리적인 시간상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 원장은 또 “발사체에는 소화 용액이 전혀 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는 2시께 발사 운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과정에서“소화장치 점검 중 문제로 준비작업이 중단됐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발사 운용 중지로 나로호는 9일 발사를 포기했다.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정확한 오작동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7일에는 나로호를 발사대에서 기립하는 과정에서 전기적 결함으로 기립이 5시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나로호는 1단 제어용 헬륨 충전을 마친 상태였지만 다행히 산화제와 연료는 투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러 양국은 9일 오후 6시께 전문가회의를 개최, 오작동 원인 등에 대해 논의했다. 나로호 발사 예비 발사일은 열흘간이다. 예비 발사일은 발사체와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와 관련국가에 정부가 통보하도록 돼 있다.
재발사 일정에 대해 공창덕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문제를 해결하고 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바로 다음날인 10일은 어렵고 그 다음날은 날씨가 안 좋을 것 같아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나로호는 지난해 6차례 일정 연기와 1차례의 발사 중단에 이어 8월 25일 1차 발사에 나섰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고흥=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