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골프세상] 하이브리드 아이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클럽(R&A)에서는 과도한 기술 개발이 주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수준의 제약을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의 반발계수(COR)는 0.83을 넘을 수 없고, 크기도 460㏄로 제한한다. 5번보다 짧은 아이언은 백스핀이 잘 안걸리도록 그루브 모양이 브이(V)자를 가져야 한다.

 이런 정도의 미묘한 차이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드라이버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반발계수를 볼 때, 한계치인 0.83과 비공인 드라이버의 0.89를 비교해보면 220야드 정도 때려내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약 3∼5야드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게임을 결정지을 만큼 큰 변수는 아니다. 아이언 그루브도 마찬가지다.

 45세 이상의 장년 골퍼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서는 롱아이언을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도 3번 아이언부터 5번 아이언까지 프로기어의 에그(Egg)라는 하이브리드 아이언으로 바꾸고 나서 150∼170m 거리에서 온그린하는 확률이 현격하게 올라갔다.

 강촌 제이드팰리스 골프코스의 마지막 홀은 360m 정도되는 파4홀인데 그린 앞에 연못이 자리잡고 있어서 세컨드 샷이 약간이라도 짧으면 물에 빠지게 되는 구조다. 과거 같으면 이 홀에 왔을 때, 140∼150m 남는 세컨드 샷에서 많은 압박을 받아 과도한 힘이 들어가서 뒷땅을 치거나 얇게 맞는 샷이 나와 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 들어 5번 아이언을 하이브리드로 바꾸고 나서, 편안하게 세컨드 샷을 하게 됐다.

 스킨스 게임을 하면 마지막 홀에 대부분의 게임 머니가 걸리게 되기 때문에 마지막 홀의 승자가 독식한다. 그래서 마지막 홀에서 실수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때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것이 하이브리드 아이언이다. 큰 압박 속에서도 실수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꾸고보니 아이언 세트가 이상해졌다. 샌드웨지와 어프로치웨지, 갭웨지는 일제 포틴 웨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피칭웨지부터 6번 아이언까지 5개의 아이언은 젝시오 아이언이고, 5번, 4번, 3번 하이브리드 아이언은 프로기어의 에그 하이브리드다. 남 보기에는 좀 이상스런 모양이지만 나는 아주 만족한다. 특히 핀까지 150∼160m가 남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