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무게 약 410g, 둘레 약 70cm의 공이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다. 축구는 신이 나는 게임이다.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골이다. 대포알 슈팅, 개인기 슛, 강하게 찍어 누르는 헤딩 슛 등 역동적인 골 장면은 관중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프리킥’은 약방의 감초다. 전 세계적 트렌드인 압박축구의 영향으로 빈번히 생기는 반칙들은 많은 프리킥 골들을 양산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터키의 숙명의 4강전에서 터진 이을용의 바나나킥(굴절 슛)은 아직도 생생하다.
프리킥 하면 떠오르는 바나나킥. 이 바나나킥 기술은 역학적 에너지의 전환과 보존의 법칙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다. 공이 선수의 발을 떠난 직후부터 공이 가진 운동에너지는 점점 줄고, 위치에너지는 증가한다. 공이 정점에 이르면 반대로 위치에너지는 감소하고, 운동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공은 골문을 향해 치닫는다. 이 때 골이 정확하게 골대의 구석으로 들어가면 환상적인 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1997년 브라질의 호베르토 카를로스가 보여준 프리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의 대포알 슛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수비벽을 피해서 순식간에 골대 안으로 빨려들었갔다. 이런 마술같은 프리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이인호 박사는 ‘축구 물리학’이란 글을 통해 설명했다. 공에는 차올리는 힘과 진행 방향과 반대로 끌어당기는 힘 등 두 가지 힘이 작용한다. 후자의 힘은 공기 마찰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공 주위에는 층류(層流)와 난류(亂流)라는 두 가지 공기 흐름이 발생한다. 난류는 소용돌이같은 공기 움직임이고, 층류는 공기가 안정적이고 얇은 층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환상적인 바나나킥이 나오려면 공이 일정 거리까지는 직선으로 매우 빠르게 뻗어나가야 하는데, 그 속도가 초속 30m가 돼야 한다. 이 속도를 넘으면 난류 상태에 빠진다. 카를로스의 슛이 그랬다. 이 후 공은 층류 상태로 들어가고, 이 때 유체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이 항상 일정하다는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공이 압력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급격히 휘게 된다. 이른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다.
이 박사는 “카를로스의 공은 상대팀인 프랑스 수비벽까지 난류 상태로 도달했다”며 “이후 공 주위의 흐름이 층류로 바뀌면서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신비한 궤적을 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리킥도 알고보면 과학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자료협조=한국과학창의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