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비씨카드 IT본부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006/001673_20100613160538_010_0002.jpg)
한 직장에서만 20년을 IT와 함께 했다. 그리고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됐다. 올해부터 비씨카드 IT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진호 IT본부장 얘기다. 김 본부장은 IT부문에서도 주로 개발과 표준화 영역에서 근무했다. 주로 내부 IT 출신을 CIO 자리에 앉혀온 비씨카드의 전통은 올해도 이어졌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말 IT조직을 차세대추진단과 IT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씨카드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분리된 IT본부에는 아웃소싱 인력을 포함해 약 200여명이 남게 됐고 IT기획부장이었던 김 본부장이 IT본부장이 됐다.
김 본부장은 “입사 이후 회사가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동안은 일하는 게 참 즐거웠다”면서 “하지만 비씨카드의 사업모델이 단순한 카드업무에서 모든 지급결제를 포함하는 쪽으로 변해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비씨카드는 급속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통신사들의 공격적인 금융사업 진출과 모바일 금융 서비스 출시, 회원사의 신용카드 자체서비스 확대 등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신속한 비즈니스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이 요구되고 있다.
◇비씨카드, 글로벌 지급결제 업체로 변신 시도=비씨카드는 글로벌 지급결제 서비스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2008년 말 서초동에 설립된 퓨처센터는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퓨처센터에는 IT조직과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카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세스를 처리하기 위한 조직들이 모여 있다.
퓨처센터를 기반으로 비씨카드는 다양한 기능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현금지급기 업체인 스타넷과 제휴를 맺어 국내용 비씨카드로도 해외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스타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 신용카드사인 DFS와 제휴해 마스터나 비자카드가 없어도 전세계 가맹점에서 비씨카드로 결제와 현금지급기 이용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올 가을경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향후 10년간 국제카드 부문에서 약 5000억원의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비씨카드측의 설명이다.
현재 비자나 마스터 등의 국제 브랜드 카드의 경우 해외사용뿐만 아니라 국내 사용분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약 2900억원을 국제카드사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대한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이는 비씨카드의 이번 사업이 단순히 한 회사의 수익창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본부장은 “이런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려면 IT부서가 기존의 서비스관리(SM) 영역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며 “먼저 비즈니스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김 본부장은 비씨카드의 프로세스에 어떻게 IT를 접목할 수 있는지, 지불결제 업무에서 어떻게 회원사들을 선도할 수 있는지, 내부 시스템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 해결의 시발점이 바로 단순한 유지보수 조직을 탈피해 IT서비스 제공자로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이를 위해 LPG 전략을 세워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LPG는 선도(Leading), 전문화(Professional), 글로벌화(Global)의 약자로 주도적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전문 IT역량을 갖추자는 것을 의미한다.
김 본부장은 “BC카드는 현재 11개 은행계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 회원사들이 경쟁력을 갖춰 전업카드사들과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비씨카드가 리드해야 하며 IT가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별화 서비스 제공 위해선 내부 IT역량 강화해야=내년 5월 마무리 예정인 비씨카드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최근 분석 설계 단계를 지나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김 본부장은 차세대도 중요하지만 차세대 이후의 IT 운영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구축된 차세대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해 제휴사와 고객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IT 역량이 필수적이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현재 지급결제 시장은 통신사와 금융권 사이의 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따라서 경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소액지급결제 분야로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경쟁적으로 융합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하나SK카드나 우리V T-캐시백 카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통한 카드 지불 서비스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비씨카드에 큰 위협이 되는 것 중 하나는 회원사의 신용카드 자체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농협이 농협카드 시스템을 구축했고 하나SK카드도 올 3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올 2월 비씨카드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김 본부장은 “따라서 차별화되는 비즈니스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과 기술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TV와 모바일, PC를 인터넷과 연계하거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한 예라 할 수 있다.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비용은 절감해야 하는 것도 김 본부장의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다.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의 규모와 비교해 효과가 큰 투자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 본부장은 “적은 비용으로 비즈니스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신규 서비스 개발 기획 기능과 이를 위한 IT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IT본부는 올해부터 신규 서비스 개발 기획 기능을 강화했다. IT 트렌드를 연구하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전담 직무를 따로 신설한 것이다.
그는 조직의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소통과 참여를 통해 역동적인 IT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모든 IT업무의 창구일원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면 IT조직의 협업 능력과 조직 목표를 리드하는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김진호 IT본부장은
1990년 비씨카드에 입사해 계속 IT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개발과 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회원개발팀장과 설계팀장, 차세대 IT팀장, 표준화팀장을 거쳐 IT기획부장을 5년 정도 맡은 후 지난 해 말 IT본부장(이사보)으로 승진해 비씨카드의 IT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