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장애가 오히려 도움이 됐죠.”
한국마사회의 IT서비스관리(ITSM) 시스템은 2008년부터 가동됐지만 그 구축 배경은 10년 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 초반 한국마사회는 ERP 시스템에 이어 신발매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체계적인 ITSM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ERP 등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IT투자를 단행했다.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IT투자였다. 하지만 업무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구축했지만 새로운 시스템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기존 정보시스템을 관리하던 체계로 새로운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실수가 빈번했고 운영 효율성도 떨어졌다. 이에 한국마사회에서는 국제 표준인 ITIL 기반의 표준화된 22개 IT업무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된 IT서비스관리를 추진하고자 ITSM 도입을 검토했다.
한국마사회 박찬욱 IT기획팀장은 “대규모 시스템 구축 후 운영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명확한 시스템관리체계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며 “IT관리체계 전반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해서 안정적으로 I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ITSM을 도입하게 됐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다년간에 걸쳐 ITSM 체계 구축=한국마사회의 ITSM은 실질적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고도화 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어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다.
한국마사회는 ITSM 구축에 앞서 IT진단컨설팅을 받았다. 2006년 7월부터 4개월에 걸쳐 진행된 IT진단컨설팅을 통해 한국마사회는 IT조직, IT전략, IT프로세스를 새롭게 정의했다. IT조직에 대해서는 ITSM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조직 및 역할을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IT전략 부분에서는 IT통합 아웃소싱 전환 등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IT프로세스로는 ITIL 기반의 표준화된 IT업무프로세스로 22개를 재정립했다.
2007년 3월부터는 새롭게 정의된 IT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작업을 5개월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정의된 IT표준업무프로세스가 한국마사회에 적합한지 검토한 후 시험 적용했다. 검증된 IT표준업무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ITSM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같은 해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한국마사회는 IT서비스 관리를 비롯한 표준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한국마사회는 당해 2월 오픈 이후 6개월간의 변화관리 작업을 추진했고. 그해 10월 국제표준 운영인증인 ISO20000을 취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마사회는 이어 지난해 7월 ISO20000에 대한 증적 자료에 대해 실질적이고 자동화된 관리가 가능토록 업무프로세스관리(BPM) 기반의 IT품질관리시스템을 추가적으로 구축했다. 이를 통해보다 기존보다 더 객관적인 품질관리를 추진하게 됐다.
한국마사회는 처음으로 ITSM을 추진했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국마사회 장훈 정보기술처장은 “ITSM 프로젝트의 경우 IT내부의 조직과 인력, 프로세스에 대해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의 동의를 구하고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오히려 현업 부서를 설득시키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IT업무를 모두 정량적으로 표현=한국마사회가 ITSM를 구축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IT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계량화해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즉, 과거 날 새워 일했다고 감정에 호소하던 것을 데이터로 설득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던 IT직원들이 이제는 서비스에 기반한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었다는 게 한국마사회의 설명이다. 실제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한국마사회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직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79점에서 2008년 83점, 2009년 84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비스수준협약(SLA) 성과도 뒤따랐다. SLA는 2008년 73.41로 C등급을 받았지만 2009년에는 98.53으로 A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서비스요청(SR) 납기준수율이 대폭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서비스 장애 건수도 2008년에는 1567건이었지만 지난해 811건으로 48% 감소했다.
박 팀장은 “ITSM 도입을 통해 유지보수 인력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게 됐다”며 “2008년 28.5명에서 지난해 33명으로 5명 정도만 증원됐지만 SR 건수와 납기 준수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ITSM프로젝트는 성공사례로 소문이 나 지금도 매년 10여개의 기업들이 ITSM을 벤치마킹하려 마사회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ITSM을 계속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고도화 작업의 일환으로 더욱 객관적인 서비스 요청 처리 실적관리를 위해 유형별 기능점수(FP)를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서별로 서비스 대가를 산정하는 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현재는 PC를 통해서만 ITSM에 서비스 요청 및 점검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내년에는 스마트폰 버전을 개발해 사용자의 서비스 요청은 물론 IT담당자의 점검과 확인, 각종 일지 작성, 자료 입력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터뷰]박찬욱 한국마사회 IT기획팀장
--ITSM을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2003년 SAP ERP 기반의 통합정보시스템 운영과 2005년 신발매전산시스템 운영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기존의 운영 프로세스로는 대응하기 힘들었다. 기존 정보시스템 규모에 맞춰져 있던 IT 운영 업무에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보다 선진화된 IT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결정, ITSM 도입을 단계별로 추진했다.
--ITSM을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IT 부서 내부적으로 동의를 구하고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조직 및 인력 등에 대한 변화 부분을 설득시키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공식 회의도 십수차례 추진하는 등 변화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다. ITSM의 경우 무엇보다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하고, 조직원들과 많은 대화와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만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향후 연관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앞으로의 ITSM 고도화는 모바일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고객들이 필요한 장소와 시점에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IT 담당자들 또한 현장에서 바로 점검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시범 사업을 추진해서 내년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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