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추락]하루만에 강행…화 자초했나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고도 70㎞에서 통신이 두절되자 이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결국 무리한 발사 추진이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음 D데이로 잡혀 있던 9일엔 발사대 소화설비 오작동으로 인해 발사 3시간 전 카운트다운이 멈췄고, 그 전날인 8일에는 발사대와 나로호 1단 지상관측시스템(GMS)과의 연결 커넥터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해 기립 작업이 5시간 30분 지연됐다.

이 사건에 대해 항우연 측은 처음 발생한 전기신호 불안정의 경우 문제를 찾아 해결했고, 소화설비 오작동은 발사체와 발사대 등 핵심 시설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시 터져 나왔던 100톤의 소화용제 또한 발사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했었으나 결과론적인 지적이긴 하지만 과연 정밀한 점검이 이뤄진 것인지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실패를 둘러싸고 시간에 쫓긴 정부 당국이 일정에 맞춰 발사를 서둘다 발생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지난 2009년 발사에 성공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발사 당일 연료 주입 지상설비 문제로 발사를 중단한 이후 나흘 뒤 재추진하다 재중지에 이어 잇단 기상악화까지 겹쳐 무려 32일 동안 6차례나 발사를 연기했다. 유럽의 ‘아리안5’도 아흐레나 지연했다. 때론 발사체 비행 SW의 결함으로 인한 문제 조사를 위해 13일간 지연하기도 했다. 발사 1초 전 중지한 사례도 있다. 인도에서는 부스터 액체 엔진의 오작동으로 발사 1초 전 카운트다운이 멈춘 적도 있다.

발사 연기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아홉 번의 연기 과정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발사체 실패로 날아간 예산은 국내 개발 비용을 제외하고 우리가 러시아 측에 지불한 예산만 2억달러(한화 2400억원)다. 또 테스트도 한 번 못하고 그냥 버려진 과학기술위성 2호도 136억원이나 된다. 이를 모두 포함한 총예산은 5025억원이 넘는다. 비록 추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연기하는 쪽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9일 밤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 비행시험위원회 및 관리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나로호 2차 발사 실패가 ‘소화용액 분출-기립 지연’으로 연결된 전기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발사와 관련해 모든 통제가 러시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도 논란이다. 심지어 취재 자체도 러시아 측의 동의 없이는 어렵게 돼 있다. 러시아 기술자의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러시아 측에선 무려 120명이나 파견돼 나로우주센터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러시아 발사체라고해도 관제소는 한국 시설이므로 발사 관제는 항우연 측이 맡는 게 마땅하다.

항공우주 분야 한 전문가는 “1970년대 발사체 기술은 이미 교과서에 다 나와 있고, 7∼8명의 러시아 기술자 지원이면 충분한 일”이라며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하는 게 현장 기술인데, 러시아 기술자 어깨너머로 다 배운 것처럼 착각해서도 안 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