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 10강 꿈 무산…나로호 이륙 후 137초경 폭발

 우주강국 10강을 향한 나로호의 꿈이 또 한 번 무산됐다.

 1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17시 01분 성공적으로 이륙한 나로호는 고도 70㎞에서 이륙 후 137초께 폭발, 추락했다. 실패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나로호는 이륙 후 137.19초까지는 정상적으로 비행했으나 이후 지상 추적소와 통신이 두절됐다”며 “나로호 상단 탑재 카메라로 섬광처럼 밝아지는 것을 확인했으며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캄캄했던 발사체 내부가 137초께 갑자기 환해졌다. 교과부는 이를 폭발 시점으로 추정했다.

 교과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더욱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러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즉각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가 된 1단 발사체는 러시아가 개발한 것이다.

 나로호는 이에 앞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륙에 성공했지만 이륙 후 137.19초 뒤 통신이 갑자기 두절됐다. 음속 돌파 이후 페어링(위성덮개) 분리 전 시점이었다.

 특히 이번 발사 실패는 9일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 발생 이후 하루 만에 급하게 시도한 발사였기 때문에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2년 8월 개발에 착수한 나로호는 나로우주센터를 포함해 총 8000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는 이번 나로호 2차 발사에 성공한 뒤 오는 2020년까지 완전히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 발사체 ‘KSLV-Ⅱ’를 쏘아올린다는 목표였지만 이번 실패로 최소 2년 이상은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심은 조만간 열리게 될 한·러실패조사위원회(FRB)에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2회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게 되면 추가 비용 없이 한 번을 더 쏠 수 있다.

 안병만 장관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3차 발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소식에 대해 “안타깝지만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좌절하지 말고 2전 3기의 자세로 다음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한·러비행시험위원회는 전날 발사 연기의 원인인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고 나로호를 다시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9일 발사 3시간을 앞두고 나로호 발사가 연기되는 등 마지막까지 2차 도전에 대한 실패 우려가 뒤따랐지만 하루 만에 재발사가 결정돼 10일 발사를 강행했다.

고흥(전남)=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