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IMID 2009’ 개막 기조연설에 나선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LCD사업부장)에게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일부 LCD기업이 한계 상황에 놓인데다가 향후 LCD 시장 전망마저도 어두웠기 때문이다. LCD산업의 고비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온 삼성전자 CEO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 사장의 일성은 ‘새로운(New) LCD’ 시대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 사장은 “그동안 LCD 시장이 CRT를 대체하면서 성장한 LCD산업 1기였다면, 향후 전개될 LCD산업 2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며 “LCD산업은 뉴 LCD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CD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선언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고심하고 있던 디스플레이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앞선 시장 창출력과 선도적인 기술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뉴 LCD 전략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초대형 패널과 고화질 기술 선도=삼성전자가 뉴 LCD 시대를 선도할 기술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과 풀HD 화질의 네 배에 달하는 초고화질(UD) 기술이다. 사용자가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실감형 디스플레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또 240㎐ 이상 고속 구동 및 3D·저소비전력 기술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은 노트북·모니터와 TV로 이어진 기존 LCD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이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둘러싼 모든 벽면이 디스플레이가 되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패널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양산 경쟁을 주도해 온 삼성전자의 회심의 카드다.
장 사장은 “일부에서 LCD 시장의 미래 성장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대형 패널은 물론이고 소재·장비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시장을 개척해 성장 모멘텀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형 패널은 이미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DID 시장에서 82인치 풀HD 패널 등 대형 패널을 출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DID 시장에서 월 판매 10만대를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시장 점유율 과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발광다이오드(LED) 기반으로 휘도를 대폭 개선한 DID 전용 패널로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60인치 이상 패널에 적합한 11세대 양산 라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기술은 ‘상호교감형 디스플레이’다.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모바일기기를 넘어 옥외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핵심 기술로 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터치 패널을 내장하고 부드러운 터치감과 반응 속도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240㎐ 이상 고속 구동 패널을 개발하기 위한 액정 등 소재 혁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8년 기존 액정의 구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블루페이즈 액정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소재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와 공동으로 새로운 액정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블루페이즈 액정은 기존 액정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공정까지 단순화할 수 있어 주목된다.
장 사장은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 UD, 480㎐와 같은 혁신 기술뿐 아니라 3D 표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나갈 것”이라며 “패널 특성 향상과 원가 혁신 노력, 전자종이나 DID 등 신규 응용 제품의 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가치 창조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공정 기술 혁신도 박차=LCD 시장 확대와 함께 e페이퍼, 태양전지 등 새로운 시장 창출 작업도 면밀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달 SID 전시회에서 선보인 컬러 및 플렉시블 e페이퍼 기술을 통해 옥외광고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장 사장은 “e페이퍼는 저전력으로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어 전자책 시장보다는 옥외광고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2013년께 e페이퍼 기반의 광고판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전지의 사업화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결정질은 물론이고 박막형 태양전지 기술을 통합해 기술력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광변환 효율 15% 이상인 모듈 개발을 마치고 양산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크린 프린팅 등 LCD에서 쌓은 앞선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기반 저소비전력 패널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프린팅 공정 등을 통한 저비용 생산구조 구축에도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