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출판사가 주도권을 쥐어야 합니다. 책은 출판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일 신경렬 한국출판콘텐츠(KPC) 대표(46)는 시종일관 출판사가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는 열쇠를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C는 50여 출판사가 출자해 설립한 일종의 출판사 연합체. 200여 제휴 출판사 콘텐츠를 유통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KPC는 전자책 시장 질서 확립과 양질의 콘텐츠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신 대표는 “종이책 시장의 질서는 이미 많이 무너졌다”며 온라인 서점의 득세를 그 이유로 들었다. 판로가 온라인 서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출판사에 이들의 입김이 가중되고, 결국 출판사는 이들과 대등한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그는 “전자책만큼은 처음부터 제대로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토피아 부도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북토피아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전자책 콘텐츠 유통사다. 지난해 출판사 미지급 저작권료 58억원과 부채 95억원을 떠안고 주저앉았다.
“이전에는 주로 유통사에서 콘텐츠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인세나 판매 부수를 확인하기 어려웠지요. 입금이 안 돼 사업이 잘 안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벌어들인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양질의 콘텐츠 제공도 신 대표의 당면 과제다.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항의를 많이 합니다. 기대치가 크니 불만도 많은 게 당연합니다.”
신 대표는 이 또한 출판사가 주도적 역할을 할 때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레이아웃·글꼴 등은 별 게 아닌 듯 보이지만 소비자는 매우 민감합니다. 유통사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결정권을 출판사가 쥐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신 대표는 출판사 인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도 전자책 단말기(e북)가 연이어 출시되면서부터다. 애플 ‘아이패드’도 영향을 미쳤다.
“종이책만 생각했던 출판사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책 시장에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물론 온라인 서점과 종이책을 거래해 온 관계로 관망하는 업체도 있지만 곧 달라질 것입니다.”
KPC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외국으로 판로를 확대할 생각이다. 유통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국내와 달리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다. 향후 종이책과 전자책 동시 출간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출판사는 전자책·e러닝·모바일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 기획사가 돼야 한다”며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 때 출판사도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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