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 수감기관 관계자들이 최근 구성된 18대 후반기 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돌았다. 새 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의례적으로 해오던 일이지만, 이전과 달리 낯이 많이 설었다. 사업을 설명하고 예산을 따야 하는 입장인데 의원실의 반응은 “그런 사업도 있었냐”는 식이었다. 수감기관장들은 이미 시작한 예산 시즌을 넘기기 더욱 팍팍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경위 소속 기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새로 위원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는 것부터 성향 파악, 사업 및 관련 예산 설명 등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몰렸다.
18대 후반기 지경위는 다른 어느 상임위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거물급 면모를 자랑한다. 전직 부총리 1명에 전·현직 장관이 각 1명씩 있다.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나 부총리를 지냈다.
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민주당)은 3선이라는 중량감과 함께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 정부 최고 실세 중 하나로 꼽히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여당 몫 지경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거물급 면모에도 불구하고 산업 및 실물경제 측면에선 전문가적 시각과 소양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여야의 전략 지역구 출신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정부 투자나 예산을 많이 끌어가기 위한 전략적 자리 배분에 무게가 실렸다는 비판도 있다.
지경위 감사를 받는 한 기관 관계자는 “우리 기관의 주요 사업과 예산을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어떤 성격의 사업인지, 진행 상황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관련 예산을 따려면 산을 여러 개 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한 정치권 고위 인사는 “지경위 소속이던 여당 7명, 야당 2명, 비교섭단체 1명 총 10명이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며 “현 24명 중 절반 정도가 지경위를 경험했고, 정치적 연륜 등을 고려한다면 위원회 초기의 낯선 인상은 머지않아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