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북 왜관산업단지에 위치한 계림금속(KRMIM·대표 정민호) 본사 공장. 약 2000여㎡ 규모의 공장 내부에는 연간 1억개의 초정밀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금속분말사출성형(MIM:Metal Injection Molding) 장비 20대가 쉴새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바형 풀터치 스마트폰이 대세다 보니 슬라이드 쿼티나 폴더형 휴대폰 힌지(경첩) 부품을 생산하는 저희가 올해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힌지를 적용한 다양한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정민호 대표의 말이다.
KRMIM은 지난 2002년 시계 부품으로 유명한 오리엔트에서 분사,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노키아, LG전자의 쿼티 및 슬라이드형 휴대폰 힌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공급해 왔다. 지난 2008년 26억원을 기록한 매출이 지난해에는 61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휴대폰 힌지 부품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힌지가 필요 없는 바형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부품 공급량이 줄어 올해 매출 목표 100억원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휴대폰 힌지 수요 증가에 대비해 20억원가량을 투자, 지난해 10월 본사와 공장을 경북테크노파크에서 경북 왜관으로 옮기면서 생산 시설을 증설한 것도 부담요인이 됐다. 올해는 매출 70억원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전성준 기술연구소장은 그러나 “노키아 휴대폰에 들어갈 힌지 부품 양산이 시작됐고 내년에도 확정된 물량이 있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동차와 의료분야, 가정용 각종 전동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부품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이 업체는 내년에 자동차 분야 시장 진출을 기반으로 15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휴대폰 힌지 시장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자동차와 의료기기, 방위산업분야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핵심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정밀도와 형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KRMIM만이 보유하고 있는 MIM용 바인더 기술이 녹아 있다. 분말야금공법(Powder Metallurgy)의 한 분야인 MIM은 금속분말을 플라스틱 수지와 혼합, 사출성형기에서 성형한 다음 플라스틱 수지를 제거하고 원하는 금속 부품을 얻는 첨단 공법이다. 주로 휴대폰의 힌지 부품이나 자동차용 엔진 부품, 총기류 등에 사용하는 공법으로, 기존 정밀 주조나 다이캐스팅 같은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KRMIM은 현재 플라스틱 수지와 같은 결합제 6종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사출성형기에서 성형된 제품을 굳히는 진공소광로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체 기술로 설계 및 제작했다. 왜관 공장에는 사출성형기 20대와 소광로 6대를 가동해 연간 1억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규모를 갖췄다.
정민호 대표는 “아직 MIM에 대한 업계의 이해가 부족하고, 알아도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며 “우리 회사는 자체 개발한 결합제와 소광로 기술로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 경쟁력까지 갖춰 앞으로 MIM을 이용한 세계 최고의 초정밀 부품소재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