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대항마’로 떠오른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가 PMP·내비게이션 업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잦은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가 오히려 개발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원시스템은 6월 출시로 예정했던 안드로이드 탑재 MP3 플레이어를 7월 이후로 미뤘다. 아이리버도 9월 이후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배경은 너무 잦은 OS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 때문. 안드로이드는 2008년 9월 첫 선을 보인 후 버전을 여섯 번이나 바꿨다. 최근 출시된 2.2 버전 ‘프로요’는 지난 1월 2.1 버전 ‘에클레어’가 발표된 지 불과 5개월만에 나왔다.
잦은 버전으로 인한 혼란은 업계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코원·아이리버 등 휴대형 음향기기 제조업체와 팅크웨어·파인디지털 등 내비 업체는 안드로이드 탑재 제품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상반기가 끝나가지만 시중에 출시된 제품은 빌립 ‘P3’, 코맥스 홈네트워크 단말기 ‘CHP-70M’ 정도다. 박민희 코원 부장은 “출시 계획이 미뤄지는 이유는 OS 문제도 있다”며 “2.2 버전을 적용하려면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상원 아이리버 부장도 “OS 문제는 업그레이드에 따라 단순히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OS 사용이 무료라는 장점보다 버전 업그레이드에 맞춘 세부 프로그램 세팅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토로했다. 파인디지털도 “안드로이드 기반 내비 출시는 로드맵 중 하나일 뿐 세부 계획은 없다”며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PMP·내비에 최적화한 OS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에 별다른 제약을 주지 않지만 구글 인증을 받으려면 정해진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위성항법장치(GPS), 500만 화소 이상 카메라, 가속도계 탑재 등이 기준으로 대부분 스마트폰 사양에 맞춰져 있다. 인증을 받으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인 ‘안드로이드 마켓’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인증을 받지 못한 기기로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안드로이드 마켓 접근이 불가능하다. 북미 등지에서는 속칭 ‘2부 리그’라고 불리는 사설 안드로이드 마켓이 활성화돼 구글 인증을 받지 않은 기기로도 충분히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설 마켓에는 국내 이용자를 위한 앱이 많지 않다. 앱 개발자도 버전이 바뀔 때마다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불만에도 문제 해결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올 4분기 새로운 OS 버전 출시를 예고했다. 이상원 부장은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3.0 버전이 나올 때까지는 번거로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