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납축배터리를 대체할 친환경 배터리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전기차에 주로 사용돼온 납축배터리팩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한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너무 짧아서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납축배터리는 700회 정도 충·방전하면 제품수명이 다해 2년마다 배터리팩 교체가 불가피하다. 배터리 전해액을 매달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가장 큰 딜레마는 납축배터리의 주성분이 공해 물질인 납과 황산이어서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한다는 대의명분에 맞지 않다는 점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선두주자인 CT&T는 당초 가격경쟁력을 감안해서 저속 전기차 ‘이존’에 값싼 납축배터리를 장착했다가 주 고객인 정부기관, 해외 판매업자들이 배터리 품질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부랴부랴 리튬 배터리 공급처를 물색하고 나섰다.
현재로선 ‘적당한 가격’과 ‘안정된 품질’을 모두 충족시킬 리튬배터리 제조사는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 SK에너지, LG화학, SB리모티브와 같은 대기업들이 외국 자동차업체와 배터리 납품계약을 맺었다지만 이제 겨우 설비투자를 시작하는 단계다. 이들 연구소에서 샘플용으로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대가 너무 비싸고 아직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에 상용화하기엔 품질안정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스마트그리드 시범 사업도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납품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전기차 운용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은 시급한 납축배터리 대체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미국산 리튬인산철(LiFePO4) 배터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값싼 철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희유금속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이 약 30% 저렴하다. 또 화학적으로 극히 안정된 구조여서 과열, 과충전 상황에도 폭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독일 다임러벤츠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장점에 주목하고 중국 BYD와 합작사를 세우기로 계약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경계하면서도 당장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외에 선택의 여지가 적다고 지적한다. AD모터스, 그린카클린시티, 탑알앤디와 같은 후발 전기차 업체들도 하반기에 출시할 전기차 모델에 리튬인산철 배터리팩을 장착할 계획이다.
임근희 전기연구원 박사는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올 연말까지 전기차 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