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의 대한민국 첫 골, 아날로그TV가 먼저 봤다(?)”
12일 그리스전, 전반 7분 기성용이 프리킥하는 순간 골인하는 환호성을 먼저 들었다면 당신은 디지털TV로 중계를 보고 있었다. 수비수 이정수가 선제골을 터트리는 순간에 앞서 이미 이웃이 떠날갈 듯한 환호성으로 짐작할 수 있었던 것.
이유는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0.9초 늦게 전달되기 때문. 디지털은 선명한 화질과 뛰어난 음질에 입체감이 풍부한 3D까지 갖췄지만 특성상 신호를 압축했다 풀어야 하기 때문에 아날로그보다 900m/sec, 즉 0.9초 늦게 전달한다. 위성방송은 이보다 더욱 늦다. 신호가 위성에 갔다 집까지 도달하는 시간 때문에 2∼3초 가량 더 늦다.
1초라는 시간은 짧아 보이지만 순간 터지는 골인 장면을 먼저 보느냐를 가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TV를 갖고 있는 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옆집에서 골인 장면에 환호를 지른 후 골인 장면을 볼 수밖에 없다. 슛을 하기도 전에 이 골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아채면 김이 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현상은 지난 2006년에도 발생했다. 방송 시스템을 먼저 디지털로 전환했던 SBS가 0.5초 가량 늦었다. 같은 아날로그 방송이라도 어떤 송출시스템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스템을 갖췄던 방송사 KBS와 MBC가 먼저 골인 장면을 내보낸 후 SBS만이 조금 늦게 도달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디지털TV 보급률은 1200여만대로 월드컵을 앞두고 한달에 2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3DTV 판매량도 늘고 있다. 또 아직 아날로그TV 보유 가구도 1300여 가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절반은 1초 먼저 골인 장면을 보고, 나머지 절반은 환호성을 들은 후 골인 장면을 보게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프닝도 올해로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월 31일 전국 모든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2014 월드컵은 속도차가 없는 디지털 세상이 될 것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