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락…향배는

정부의 선물환 규제 발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앞으로 환율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50분 현재 지난 주말보다 20원 이상 하락한 1,22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것은 정부의 규제 발표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대내외 여건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전날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50%로 제한하되 기존 포지션 초과분에 대해서는 2년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주 선물환 규제 발표를 앞두고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달러를 급하게 매수했으나 규제 발표 이후 이를 청산하면서 환율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정부의 규제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역외참가자들이 달러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환율이 장중 1,271.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규제 내용이 시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은 데다, 기존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길게 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과매수했던 달러를 도로 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환율이 하락하자 손절매도가 나오면서 추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유로화가 급등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된 점도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는 미국의 5월 소매판매 실적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1.2% 감소했지만, 6월 소비심리지수 예비치가 전달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소폭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뉴욕증시가 악재(소매판매 실적 부진)보다 호재(소비심리지수 개선)에 반응해 상승하자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화가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전날 뉴욕 외환시장 대비 0.0073달러 급등한 1.2183달러에 거래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대외변수에 따라 큰 진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 정미영 팀장은 “환율이 단기 고점(5월 25일 1,277원)을 확인한 것 같다”면서도 “중국 수출 호조 등으로 세계 경기 회복 지연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했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정부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역외세력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따라 외은지점들이 선물환 포지션을 축소할지 아니면 자본금을 확충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면서 “또 그동안 정부 규제에 쏠렸던 시장의 관심이 다시 유럽발 재료로 옮겨가면 대외 변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역외 NDF거래는 그동안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이번 선물환 포지션 규제에는 선물환 뿐아니라 역외NDF 거래도 포함된다. 그러나 외은지점이 역외 NDF거래를 통해 선물환을 매입한 뒤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선물환을 팔고, 현물환을 사는 반대거래를 하면 포지션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NDF 거래 자체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