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그린IT 프로젝트 ‘빅 그린’ 굴욕?

한국IBM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솔루션이 출시 2년이 되도록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미국 본사 차원에서 시작된 야심찬 그린IT 프로젝트 ‘빅 그린(Big Green)’의 일환으로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빛을 못 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이 그린IT, 친환경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아이데이터플렉스(iDataPlex)’ 서버와 컨테이너형 이동형데이터센터 ‘PMDC(Portable Modular Data Center) 등이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만년 ‘신제품’ 꼬리표를 달아야할 형국이다.

아이데이터플렉스는 한국IBM이 2008년 7월 ‘빅 그린 프로젝트2.0’ 발표와 함께 ‘웹2.0’ 서버를 표방하며 선보인 데이터센터용 x86서버다. 본체 크기를 기존 서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전력소모량을 낮춰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출시 이후 테스트 물량을 제외하고는 아직 공식 프로젝트로 연결되지 못했다.

PMDC 역시 마찬가지다. 컨테이너 내부에 데이터센터 설비를 장착해 저렴하게 데이터센터 전용 건물 못지않은 성능을 구현하는 혁신적인 제품이지만 역시 시선을 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해외에는 레퍼런스 사이트가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고객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본사 신제품을 먼저 내놓다 보니 ‘제품 발표’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통신·인터넷업체가 아직은 기존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새로운 데이터센터 전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제품이 빛을 못 보는 가운데 한국IBM이 다시 한번 PMDC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홍보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IBM은 오는 16일 ‘그린 앤 스마터 데이터센터(Greener & Smarter Datacenter)’를 주제로 ‘제4회 IBM Green IT콘퍼런스’를 개최한다.

한국IBM이 2007∼2008년 ‘빅 그린’, 2009년 ‘그린 앤 비욘드’에 이은 국내 친환경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한 네 번째 구애다. 이번에는 신제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