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일리]뉴스 포커스- 자원개발 서비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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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위 자원개발 서비스 업체 베이커 휴즈는 지난해 8월 55억달러에 천연가스 전문업체 BJ서비스(BJ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9년 이후 10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이뤄진 가장 큰 인수합병(M&A)이었다. 그러자 지난 2월, 이번에는 세계 1위 업체인 슐럼버제이가 유전개발 장비업체인 스미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기록을 깼다. 인수 가격만 무려 110억달러에 달했다. 슐럼버제이는 이 인수로 베이커 휴즈는 물론 업계 2위인 핼리버튼보다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자원개발 서비스 업체들은 지금 ‘M&A 혈투’를 치르는 중이다. 2008년과 2009년 사이 석유가격 급락으로 수익률이 감소하자 기술력을 보강하고 덩치를 키워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위기=지난해 4월 에너지정보협회(EIA)는 원유 재고량이 3억6000만배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보다 14.3%나 많은 양이고 1990년 이후 재고량이 가장 많았던 해보다 겨우 100만배럴 적은 양이었다. 게다가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재고량은 많으면서 유가는 하락을 계속했다. 경기가 나빠지자 가격이 낮아져도 원유 소비가 늘기는커녕 줄어들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업계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업체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시추 활동을 최소화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활동은 무려 47%나 감소했다. 이 기간 미국에서는 전년과 비교해 시추활동이 1000개나 줄어들었다. 감원 태풍이 몰아치면서 슐럼버제이와 핼리버튼, 베이커 휴즈 등 주요 업체에서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살아나는 시장=자원개발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분기부터였다. 이 기간 슐럼버제이의 매출액은 북미 지역에서 31% 떨어졌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3%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핼리버튼과 웨더포드 등의 업체들도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멕시코·노르웨이·중국 등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지역에서 석유 시추 등 자원개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살아난 것이다. 특히 남미와 러시아 시장이 회복되면서 자원개발 장비와 기술·서비스 등의 수요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도 6월 최저를 기록한 후 7월부터 5% 가량 시추 활동이 늘었다. 업체들의 M&A가 활발해진 것은 이 시점이었다.

 베이커 휴즈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베이커 휴즈는 BJ서비스 인수를 통해 연간 매출이 20% 가량 늘었고 BJ서비스도 북미 지역에 집중돼 있던 시추활동 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성과를 올렸다.

 곧바로 업계 2위인 핼리버튼도 지난해 10월 지오로직시스템즈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원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지질학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오로직시스템즈 인수로 핼리버튼은 까다로운 지역에 대한 시추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지난 2월 슐럼버제이는 시추와 시추 설계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스미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슐럼버제이에 따르면 인수효과는 2011년 1억6000만달러, 2012년 3억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슐럼버제이는 3월 프랑스 자원개발 전문업체인 지오서비스를 1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가장 공격적으로 M&A 활동을 진행했다.

 ◇더 깊이, 더 넓게=최근 자원개발 서비스 업체들은 ‘더 깊이, 더 넓게’ 시추작업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원개발 전문 사이트 ‘시킹알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자원개발 업체들은 멕시코만과 브라질·북해·서아프리카 등지의 깊은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은 기후와 지형 등이 전혀 다른 새로운 바다 탐사에도 적응해야 했다.

 자원개발 활동이 더 깊고 더 넓어진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석유나 천연가스를 찾아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얕은 바다의 자원이 고갈되면서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으로 과감하게 탐사를 나설 필요가 생긴 것이다. 계속되는 고유가로 현금유보율이 높아진 대형 업체들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부추긴 요인이다. 더욱이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원칙에 따라 깊은 바다 탐사는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을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시추 기술이 필요했고, 그 결과 대형 업체들은 한 작업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이른바 ‘니치 플레이어’ 영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중소 업체들에도 좋은 기회였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이 소규모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경영난까지 겪고 있었다. 대형 업체들이 M&A를 시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더 넓고 더 깊은 바다에서 자원을 개발하려는 글로벌 자원개발 서비스 기업들의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