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 발사 실패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연구원들은 거의 공황 상태다. 이들에게 빨리 다른 일감을 줘 악몽을 잊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연구원들은 잃어버린 위성보다 막막한 비전이 더욱 답답하다. 정부의 부실한 우주개발 밑그림 탓이다. 나로호 발사가 끝나면 1조원가량을 투입한 나로우주센터는 개점 휴업을 해야 한다. 오는 2018년 한국형 발사체 ‘KSLVⅡ’를 개발할 때까지 할 일이 없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1년 다목적 실용위성 3호와 2013년 완료를 목표로 다목적 실용위성 3A를 개발 중이다. 150㎏짜리 과학기술위성 3호도 2011년 개발을 완료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사하기는 어렵다. 다목적 실용위성은 체급이 맞지 않는다. 과학기술위성 3호도 만약 이곳에서 쏠 계획이라면 무게 차이 때문에 발사체와 발사대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우주센터에 구축한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나 광학추적 장비, 추적 레이더 등은 10년 뒤에는 거의 노후 장비가 된다. 이를 평상시 유지하고 활용연구를 진행할 상주 연구원 최소 100여명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력 발사체 ‘KSLVⅡ’ 개발도 오리무중이다. 애초 러시아가 넘겨 주기로 한 액체연료나 발사체, 관제기술은 일부 사소한 지상설비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80억원을 들여 올해 말 조립, 시험할 과기위성 3호 개발도 과학기술위성 계획으로선 여기까지가 끝이다. 정부는 우주 기술을 검증하는 위성을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언제 결정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60억원이 들어간 우주인 프로그램은 이소연 박사에서 멈췄다. 한때 우주 비행사 계획 논의도 이루어졌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인력 양성 체계도 아직 없다. 그때그때 조달해 쓰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주기술 개발 체계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미항공우주국(NASA)처럼 ‘우주청’을 만들 필요도 있다. 우주 기술 품질이 워낙 순도가 높은 완벽기술이니만큼 품질보증 체계를 따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사체를 연구한 항공우주업계 한 원로는 “미국도 아폴로 개발 계획 당시 매년 80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쏟아부은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나라는 작은 것부터 단계별로 경제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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